변수 많아…방북 성사시 일러도 내년 5월 이후에 '무게'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사실상 수락함에 따라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교황의 역사적 방문이 언제쯤 실현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청와대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받자 "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오면 갈 수 있다"고 말해, 방북 의향이 있음을 확실히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사적 방북 언제쯤 실현될까…공은 북한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러나 교황청의 관례대로 공식 초청장을 주문해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간 형국이 됐다.

현재로서는, 공을 넘겨받은 김정은 위원장이 공식 초청장을 전달해야 교황 초청이 가시화된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교황이 문 대통령의 구두 전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식 초청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전통적으로 형식과 절차를 중시하는 교황청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교황의 해외 방문은 개별 국가 정상의 초청과 함께 그 나라 가톨릭 대표 단체인 주교회의 차원의 초청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고, 교황이 이를 수락해야 가능해진다.

김정은 위원장이 교황을 북한에 초청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문 대통령의 권유에 "교황이 오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흔쾌히 밝혔다고 하더라도, 막상 공식 초청장을 보내기까지는 여러 변수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사적 방북 언제쯤 실현될까…공은 북한으로
우선, 유일 지배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해 주민의 종교 활동을 강력히 제한해온 북한의 통치 방식으로 볼 때, 막상 교황의 방문이 눈앞에 다가올 경우 태도가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북한과 중국, 중국과 교황청의 관계가 교황의 방북 성사 여부에 영향을 줄 개연성도 있다.

교황청이 지난 달 하순 중국과 주교 임명 방식에 잠정 합의하며 60년 넘게 단절된 관계 개선의 물꼬를 겨우 튼 상황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급속도로 진전시키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 입장에서도 북한 사회의 근본적인 변혁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는 교황의 방북과 같은 폭발력이 큰 사안의 결정에 있어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설득 등에 힘입어 교황청에 공식 초청장을 보내기로 결정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를 교황청에 전달할지도 궁금한 지점이다.

교황청과 북한 사이에는 현재 공식적인 교섭 통로가 작동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관이 교황청을 품고 있는 로마에 자리하고 있긴 하지만,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직이 현재 공석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현지 북한 대사관을 통해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탈리아는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어기고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도발을 계속하던 작년 10월에 문정남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 임명자의 신임장을 제정하지 않고 추방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김정은 위원장이 과거 북한과 교황청의 가톨릭 교류에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을 교황청에 특사로 보내 공식 초청장을 전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공식 초청장이 교황청에 전달되면, 남은 관심사는 교황이 과연 언제 방북을 하느냐로 모아지게 된다.

교황이 보통 해외 방문 시 지리적으로 가까운 2∼3개국을 모아서 순방하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 일본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이미 밝힌 교황이 일본을 방문할 때 북한도 함께 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교황청 외교가에서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내년 4월 30일 퇴위하고, 다음날인 5월 1일 나루히토 왕세자가 즉위할 예정이라는 점을 들어, 교황의 내년 일본 방문은 새로운 왕이 즉위하는 5월 이후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전망에 무게를 두는 사람들은 이에 따라 교황의 방북도 일러야 5월 이후 성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교황이 내년 봄에 방북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추정과 연관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교황청의 한 소식통은 "교황이 순방지를 1곳만 방문할 수도 있겠지만, 곧 82세가 되는 교황의 건강이나 나이를 고려해 교황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지역들을 묶어서 교황의 순방 계획을 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가 연내 종전선언을 하고 싶어 하고, 이를 계제로 교황의 방북이 이뤄지길 희망하는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북미 관계의 진전 속도나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교황청의 의사 결정 스타일을 고려하면 연내 방북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게 교황청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