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유니온, 국회서 기자회견…"임금체불·단기고용에 소모품처럼 쓰여"
"돈 못 받고 야근했는데…영화제 끝나니 계약 기간 만료"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국내에서 열리는 영화제에서 일하는 스태프 대다수가 급여를 받지 못하는 '공짜' 야근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년유니온과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은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제 스태프 노동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9월 1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온라인과 전화 및 대면 인터뷰를 통해 영화제 스태프 34명으로부터 받은 제보와 올해 국내에서 열린 영화제 스태프의 근로계약서 292개를 분석한 결과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제보자 34명은 영화제 개최 전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13.5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발생한 시간 외 수당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받지 못한 경우는 34명 가운데 30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했던 스태프 A씨는 17일간 총 163.5시간을 근무했고 시간 외 근무가 55.5시간이었지만 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제보에 따르면 부산국제영화제는 시간 외 수당 없이 야간 근무시간에 따라 7천∼1만 원을 상여금 형태로 지급하고 있다.

A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화제에 이의를 제기하니 '사인했으니 그대로 일하거나, 그만두거나 중에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너 하나 주기 시작하면 일이 커져서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며 "영화를 좋아한다는 점이 열정 페이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은 이런 '공짜 야근' 관행이 국내 영화제에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부산국제영화제 비정규직 스태프 149명이 하루 14시간을 근무했다고 가정하고 체불임금을 추산한 결과 영화제 개최 기간인 열흘 동안 1억2천400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영화제 스태프의 짧은 계약 기간도 문제라고 청년유니온은 강조했다.

제보자 34명 가운데 32명은 임시직 근로자로, 평균 계약 기간은 4.4개월로 조사됐다.

또 이들이 맺은 근로계약 97건 가운데 87.6%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최소한의 기간(7.5개월)을 채우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영화제에서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며 2∼3번에 걸쳐 '쪼개기 계약'을 맺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청년유니온은 전했다.

청년유니온은 "영화제 스태프로 일하는 청년들은 임금체불과 단기고용으로 소모품처럼 쓰이고 있다"며 "법정 근로시간 위반 제보가 있는 영화제에 대한 특별근로감독과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