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부터 은행권에 본격 도입되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의 핵심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70%를 초과하면 ‘위험대출’로 간주해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보다 차입자 소득에 대한 심사가 더욱 강화된다.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이라 할지라도 실제 소득을 증명하지 못하면 고(高)위험대출로 간주해 대출 문턱이 올라간다.
소득증빙 없이 대출 받던 의사·변호사…DSR로 대출 문턱 높아진다
◆대출 한도 줄어드는 전문직

은행들은 차주가 소득 증명을 위해 제출하는 증빙·인정·신고소득을 확인해 DSR을 산출한다. 예외적으로 소득을 보지 않는 비대면대출, 전문직 신용대출, 협약대출은 고위험대출로 분류해 별도 관리하겠다는 것이 금융위원회 설명이다.

지금까지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들은 연봉에 상관없이 고액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돼 소득이 높지 않은 의사나 변호사도 고액 신용대출을 받아 쓰는 경우가 많았다. 또 특정 기업과 은행 간 협약을 맺은 경우에도 해당 기업 직원들은 소득에 관계없이 ‘직장협약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금융위는 전문직 신용대출이나 직장협약대출처럼 소득을 보지 않는 대출(소득미징구대출)은 일률적으로 300%의 고DSR 비율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소득을 감안하지 않은 대출 취급을 자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신호인 셈이다. 시중은행들은 오는 31일부터 DSR이 70%를 넘는 위험대출은 전체 대출의 15%, 90%가 넘는 고위험대출은 10%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더욱이 2021년 말까지 시중은행은 평균 DSR을 40%로 낮춰야 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DSR 평균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전문직 신용대출이나 직장협약대출 취급을 꺼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예비 의사 및 변호사에 대한 신용대출도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은 그동안 국가고시를 앞둔 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 학생들에게도 고액의 신용대출을 내줬다. 향후 고소득이 예상되는 예비 의사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은행들의 이 같은 대출 행태도 사라질 전망이다.

◆300만원 이하 소액 대출 DSR 미반영

금융위는 서민 실수요자를 배려하기 위해 신규 대출 때 DSR을 산정하지 않는 서민금융상품을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새희망홀씨, 바꿔드림론, 사잇돌대출, 징검다리론 및 300만원 이하 소액 신용대출에 더해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협약대출이나 국가유공자 대상 저금리대출은 DSR을 산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상품을 활용하는 저소득자는 DSR과 관계없이 대출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서민금융상품을 대출받은 저소득자가 추가로 일반 가계대출을 신청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경우 앞서 대출받은 서민금융상품이나 소액 대출도 원리금 상환액이 DSR 부채에 포함된다.

전세보증금담보대출, 예적금담보대출은 DSR 계산 때 원금과 이자를 모두 부채에 반영하지만 전세자금대출은 이자만 부채로 반영해 DSR 비율을 계산한다. 전세대출을 받고 있는 이가 실거주를 위한 내 집 마련을 할 경우엔 불이익을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DSR 적용 대상은 오는 31일 신규 가계대출 신청분부터 적용된다. 기존 대출을 증액하거나 금융회사를 변경하지 않는 단순 만기 연장일 경우 DSR을 산정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이어 내년 상반기부터 농협·신협 등 상호금융, 보험사, 카드사 등에도 순차적으로 DSR을 적용할 방침이다.

강경민/박신영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