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칼럼] 신뢰가 비용을 줄인다
최근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우리 사회에 불신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불신과 갈등이 깊어지면 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결국 경제에 부담을 준다. 사람들 사이의 협력을 가능케 하는 ‘사회적 자본’이 기업인들 사이에 화두가 된 것도 우리 사회의 극단적 대립을 종식시키고 싶어 하는 마음이 모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신뢰와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득하고 있다. 2004년 12월, 무너져 가던 지역 소주회사를 인수했다. ‘에코힐링(eco-healing)’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기업철학으로 삼았다. 처음 시작한 일은 소주를 더 팔겠다는 마케팅 계획을 짠 것이 아니라 대전 계족산 임도 14.5㎞에 황토를 까는 것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체험한 맨발 걷기 효과를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생각에서였다. 여기에 더해 피아노를 산으로 올려 숲 속 음악회를 열고 맨발 걷기 캠페인, 맨발 축제도 열었다. 문화 소외계층을 찾아다니며 ‘힐링 음악회’를 열었고, 매년 수능이 끝나면 고등학교를 찾아 무료 강연과 음악회를 선물했다. 소주 판매와는 상관없는 일에 돈을 쓴 것이다.

회사 임직원과 주변 사람들은 어처구니없어하며 반대했다. “그렇게 할 돈이 있으면 대학생들에게 공짜로 소주 한 병 더 돌리고 소주 브랜드가 찍힌 앞치마 한 장 더 돌리는 게 좋습니다.” 직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었다.

하지만 ‘소주 한 병 더 파는 것보다 사람 마음을 얻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광고하고, 대기업과 경쟁이 안 되는 출혈 마케팅을 하는 것에 돈을 쓰는 것이 싫었다. 그 돈으로 대중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대중의 마음이 열리면 지갑은 저절로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내적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치적 야망이나 경제적 이득을 도모한 것이 아닌데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도 많았다. 국회의원이나 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했다.

대중이 신뢰하기 시작하자 회사 밖에서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직원들 사기가 달라졌다.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회사에 대해 칭찬하고 신뢰를 보내니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 예전에는 이직률이 높았지만 지금은 이직하는 직원이 거의 없는 회사가 됐다. 예전에는 직원들에게 열 마디를 했다면 지금은 한마디만 해도 믿고 따라준다. 그만큼 비용이 줄어든 것이다. 대중이 회사 활동에 칭찬과 신뢰를 보내주고 있음을 느낀다.

누가 뭐라고 하든 계족산에 황토를 계속 깔아 보수하고, 그 위에서 사람들이 즐거워할 일을 궁리하며 실천할 것이다. 사람들이 행복해하면 필자의 마음도 즐겁기 때문이다. 계산적으로 무엇을 바라고 시작한 일이라면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종종 강연회에 나가면 이렇게 말한다. “머리가 가슴을 이기지 못한다. 머리로는 할 수 없는, 가슴으로 쌓은 신뢰는 거대한 사회적 자산이다.”

이제 계족산 황톳길은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찾는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2019 대전 방문의 해’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사회적 자산을 확충하는 길은 신뢰와 믿음이다. 작은 부분부터 신뢰의 길을 열 때 우리 사회는 한걸음 더 전진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