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일본도 정상외교를 경제적 국익 증대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왼쪽)은 첫 해외 순방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100억달러 규모의 군수물자 계약을 따냈다. 순방에는 록히드마틴의 마를린 휴슨과 보잉의 데니스 뮬렌버그 등 군수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합류했다. 당시 미국 기업들은 30건의 상업거래 계약 혹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일본 기업인들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오른쪽)의 해외순방에 자주 동행한다. 필요에 따라 참석 규모가 달라지지만 게이단렌 회장 및 주요 기업 CEO 등이 참석한다. 오는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일 정상회담에는 이례적으로 일본 기업인들이 대규모로 중국을 방문한다. 25일 열리는 ‘중·일 제3국 시장 협력포럼’을 계기로 양국 경제인 1000여 명이 모일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이후 올 8월까지 역대 총리 중 최다인 76개국을 방문했다.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의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는 중국은 외교에서도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이들 최고 지도부의 순방외교는 역할이 중복되지 않게 잘 짜여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다자외교에 집중하고 나머지 상무위원이 양자외교를 전담하는 식이다.

시 주석과 이 총리 간에도 역할이 나뉘어 있다. 주요20개국(G20)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등 정치경제적 혼합 다자외교는 시 주석이 주도하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한·중·일’ 등 경제적 이슈가 강한 다자외교는 이 총리가 맡는다. 최근에는 시 주석이 ‘통 큰 외교’를 펼치면 리 총리가 후속 작업을 맡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시 주석이 브라질 등 중남미를 방문해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면 리 총리가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다시 찾아 구체화하는 역할을 하는 방식이다. 시 주석은 2013년 집권 이후 한 해 평균 3~4차례 해외순방을 나갔다.

워싱턴=주용석/도쿄=김동욱/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