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해외순방을 현지시장 공략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과 눈치작전도 치열하다. 대통령 순방 경제사절단에 포함되면 현지 정·관계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데다 대형 프로젝트 인허가를 받아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정부도 현지 진출 기업을 외교 지렛대로 쓸 수 있어 ‘윈윈(win-win)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 구성은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 몫이다. 이전 정부까지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북미 지역을, 대한상의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을, 무역협회가 유럽 지역을 각각 담당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한상의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경제단체는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대통령 순방 국가와 일정을 받은 뒤 회원사에 공문을 보내 참여 기업과 기업인을 모집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선정 기준은 따로 없지만 해당 기업이 순방 국가에서 사업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현지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 있는지 등을 감안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7박9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5개국 순방 경제사절단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대기업 관계자 외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최병호 패션그룹형지 회장이 포함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통상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미국 방문과 중국 방문에는 재계 총수들이 대거 동행한다. 거의 모든 대기업이 미국과 중국에서 대규모 사업을 하고 있는 데다, 대통령 취임 직후여서 기업 총수들도 순방 동행을 원한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포스코와 KT 등 이른바 ‘주인 없는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사절단에 포함되는지가 경제계의 주목을 받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정무적 판단’은 청와대에서 한다.

중소·중견기업인들의 순방단 참여 경쟁도 치열하다. 대통령 해외순방에 동행했다는 사실 자체가 정부로부터 우수기업으로 공인을 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데다 현지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안면을 틀 기회도 생기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내놓는 해외순방의 경제 성과가 ‘재탕’ 혹은 ‘맹탕’인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형 프로젝트 계약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 정부 고위 관계자가 ‘당분간 사인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