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폭락 등 자금난에 정부가 민간기업 인수 사례 늘어
"중국 개혁개방 40년 중 민간 부문에 최대 위기"
흔들리는 중국 시장경제…中 민간기업 '국유화' 봇물
미·중 무역전쟁과 증시 폭락 등으로 자금난을 겪는 중국 기업이 늘어나면서 정부가 이들 민간기업을 인수하는 '국유화' 봇물이 터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현재 상하이 증시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 32개 기업의 경영권이 민간에서 정부로 넘어간 상태이다.

32개 기업 중 6개 기업은 중앙정부로, 나머지 26개 기업은 성(省)이나 시 정부 산하기관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1970년대 말 개혁개방이 시작된 후 40년간 중국 경제의 큰 흐름이었던 사유화가 아니라 '국유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 기업이 정부에 경영권을 넘긴 근본적인 배경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말 집권 후 펼친 국영기업 중시 정책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영기업을 더욱 키워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시 주석의 정책에 따라 대부분 국가 소유인 은행들의 대출은 국영기업으로 쏠렸다.

2013년 전체 은행 대출의 40%에 불과했던 국영 부문은 2016년에는 은행 대출의 78%를 독식하기에 이르렀다.

은행 대출에서 밀려난 민간기업들은 2014∼2015년 활황을 이뤘던 주식시장에서 그 대안을 찾기에 이르렀다.

증시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주가 상승으로 가치가 오른 자사의 주식을 담보로 맡겨 대출을 받은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한 3천491개 기업 중 주식담보대출을 받지 않은 기업은 13개에 불과할 정도다.
흔들리는 중국 시장경제…中 민간기업 '국유화' 봇물
하지만 올해 들어 미국과의 무역전쟁 등으로 증시가 폭락하자 이들 주식담보대출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올해 들어 선전종합지수는 연초 대비 33% 급락해 7조6천억 위안(약 1천240조)의 기업가치가 증발했다.

이는 기업들이 은행에 담보로 맡긴 주식의 가치가 급락했다는 뜻이고, 은행들은 담보 가치의 하락에 따라 기업들에 대출 상환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기업들은 대출 상환을 위해 보유 주식을 팔아야 했고, 이는 다시 주가 하락을 초래하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여기에 무역전쟁으로 인한 수출 전선의 어려움, 정부의 금융감독 강화로 인한 대출난 등이 겹쳤고, 자금 악화를 견디다 못한 기업들은 정부에 구조 요청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이에 100억 위안(약 1조6천억원)의 자금을 조성한 선전 시 등 각 지역 지방 정부들은 앞다퉈 부실기업 구제에 나섰고, 이에 따라 정부로 경영권이 넘어간 상장기업은 지난달과 이달 두 달 동안 무려 14곳에 달한다.

최근 중국 내에서 벌어진 '국진민퇴'(國進民退) 논란에는 이러한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민간기업을 서서히 퇴장시키고 정부의 역할을 늘려야 한다는 이 주장은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은퇴 계획을 발표하면서 불거졌으며, 금융 칼럼니스트 우샤오핑 등이 관련 글을 온라인에 올리면서 증폭됐다.

중국초상은행의 딩안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민간 부문은 지난 40년의 개혁개방 과정에서 볼 수 없었던 심각한 환경에 처해 있다"며 "경영권이 민간에서 국가로 이전되는 현상이 현실로서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