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막판 추격 뿌리친 이정은…시즌 메이저 2승
‘핫식스’ 이정은(22·사진)은 추격자들을 3타 차로 밀어냈다. 하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손쉬운 우승을 기대할 순 없었다.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을 만큼 코스가 험했다. 길고 질긴 러프에 공이 숨으면 쉽게 빼내지 못했다. 핀은 벙커 가까운 곳이나 해저드에서 멀지 않은 곳에 꽂혔다. 그린은 사방이 굴곡으로 가득했다. 누구든 대량 실점이 가능했다. 3타 차는 물론 그 이상도 얼마든지 뒤집힐 가능성이 상존했다.

이정은이 지뢰밭 코스를 뚫고 시즌 2승째를 올렸다. 21일 경기 이천 블랙스톤GC(파72·6660야드)에서 막을 내린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KB금융스타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우승상금 2억원)에서다. 버디 4개를 잡아냈지만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를 내줘 타수를 줄이진 못했다. 하지만 쌓아둔 타수를 차분하게 지켜 시즌 2승, 통산 6승을 신고했다. 나흘 내내 선두를 내주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초반은 예상과 달리 이정은 쪽으로 빨리 기우는 듯했다. 강력한 경쟁자인 오지현(22)과 이다연(21)이 심하게 흔들렸다. 이정은이 7번홀(파3)까지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타를 줄인 반면 오지현과 이다연이 각각 3타, 4타를 잃으며 뒷걸음질쳤다. 선두와 타수 차가 8타까지 벌어졌다. 이변이 없는 한 이정은의 우승이 일찌감치 예약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엔 이정은이 흔들렸다. 8번홀(파4) 페어웨이 벙커에서 친 세컨드샷이 토핑이 나면서 해저드로 굴러 들어갔다.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내준 데 이어 9번홀(파4)에서도 보기가 터져 나왔다. 13언더파. 그러는 사이 챔피언조에 앞서 경기하던 박인비(30)가 전반에만 1타를 덜어내며 이정은을 4타 차까지 추격해왔다. 반면 이다연과 오지현이 또다시 1타, 3타씩을 잃었다.

박인비만이 이정은을 위협할 유일한 상대로 떠올랐다. 요동치던 경쟁 구도는 이정은과 박인비의 매치플레이처럼 흘러갔다. 남은 홀은 9개. 후원사 대회에 다섯 번째 출전한 박인비의 첫 우승이 7타 차를 뒤집는 대역전극으로 마무리될 것이냐, 이정은의 시즌 두 번째 메이저 제패냐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드라마는 써지지 않았다. 이정은이 10번홀(파4)에서 버디 한 개를 추가하면서 타수 차가 5타 차로 벌어졌다. 박인비가 14번홀(파4)에서 곧바로 1타를 뒤쫓아왔지만 15번홀(파4)에서 이정은은 다시 버디 한 개를 추가해 박인비를 밀어냈다. 박인비가 17번홀(파4)에서 버디 한 개를 더 잡았지만 이정은은 마지막 홀에서 파를 지키며 박인비를 4타 차로 뿌리치고 우승까지 그대로 내달았다.

우승상금 2억원을 챙긴 이정은은 시즌 총상금을 9억5305만원으로 늘려 상금 랭킹을 4위(7억5305만)에서 1위로 끌어올렸다. 이번 대회 선전으로 시즌 평균타수 1위(69.8728타) 자리도 굳건히 다지게 됐다. 박인비는 후원사 대회 준우승 징크스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번이 네 번째 준우승이다.

한편 이정은은 다음 대회를 건너뛰고 오는 23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Q스쿨)에 응시할 예정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