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은 상당수가 본사 직접 고용이 아니라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협력업체 직원까지 본사가 직접 떠안을 경우 발생하는 인건비 부담 급증을 피해가기 위한 절충안이다. 협력업체 근로자들도 성사가 불투명한 본사 직고용보다는 자회사 정규직 전환을 선호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공공기관 본사 직고용만을 요구하는 일부 강성 노조의 반대로 정규직 전환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21일 입수한 울산항만공사 및 협력업체의 ‘정규직 전환 통합 협의기구 회의록’을 보면 협력업체 직원의 80%가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요청했다. 지난 2일 열린 회의에는 공사 측 5명, 근로자 측 6명(협력업체 4명, 공사노조 2명), 전문가 2명이 참석했는데 협력업체 근로자 대표 중 2명은 자회사 설립에 찬성했다. 이들은 “협의기구 운영 초부터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며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해 조속히 추진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협력업체 근로자 대표 나머지 2명은 “자회사 전환에 반대한다”며 “공사의 직접 고용을 논의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공사 관계자는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요청하는 근로자가 80%”라며 “약 11개월 동안 수차례 논의에도 불구하고 일부 근로자 대표가 반복적으로 직접 고용을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A교수와 B노무사도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이 낫다고 했다. A교수는 “일부 근로자의 반대로 1년째 정규직 전환 논의가 제자리”라며 “이 상태는 서로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빨리 매듭을 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노무사는 “A교수와 같은 의견이며 이전 협의 내용들이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사 측은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에 동의하는 근로자부터 우선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협력업체 근로자에게 알렸다. 공사 측은 “공공기관 직고용을 주장하는 직원들과도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의 노조 상급단체까지 가세하면 문제가 더 꼬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