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각각 2.1~3.0% 사들인 뒤 요구조건을 공개했다.

현대모비스의 사후서비스(AS) 부문을 떼어내 현대자동차에 넘기고, 지배구조 개편을 함께 논의할 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것. 명목은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기업 경영구조’를 갖춰 주주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활개치지만…단기 차익 노릴 뿐 기업 경영성과와 무관"
‘행동주의 헤지펀드 개입의 장기 경제적 결과’ 논문은 이 같은 행동주의 펀드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증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게 경제계의 설명이다.

대다수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린다는 명분으로 자산 매각, 지배구조 개편 등을 요구하지만 실제로는 경영권 분쟁에 따른 단기 주가 상승 외에는 주주가치 제고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가치 제고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시가총액 4000만달러(약 454억원) 이하 소기업에만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전체 조사 대상 1964개 기업의 80%를 차지하는 시총 4000만달러 이상 중·대기업의 단기 수익률은 4.4%였지만, 장기 수익률은 -1.6%로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들었다. 조사 대상의 20%인 소기업은 단기(9.3%) 장기(35.9%) 모두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기업 공격이 단기 차익을 거두는 데 효과적이란 사실이 검증되면서 이들의 영토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라자드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들은 올 상반기에 시장가치가 5억달러(약 5600억원) 이상인 136개 기업에 약 400억달러를 투자했다. 라자드가 2013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다. 현대차를 공격한 엘리엇은 상반기에만 17개 기업에 새로 투자한 뒤 배당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상당수 행동주의 펀드는 중장기 경쟁력 강화 등을 내세우며 투자 기업에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지만 실제로는 경영권을 흔들어 단기 차익을 거두려는 ‘의도된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기업들이 행동주의 펀드에 맞설 수 있도록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재연/오상헌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