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사오산 퍼셉트인 창업자가 22일 중국 선전 본사에서 2016년 개발한 첫 번째 자율주행 장치 앞에서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
류사오산 퍼셉트인 창업자가 22일 중국 선전 본사에서 2016년 개발한 첫 번째 자율주행 장치 앞에서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
삼성과 세계 최대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제조업체인 ARM이 함께 주목하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 있다. 중국 선전의 자율주행 AI 개발업체 퍼셉트인이 주인공이다. 2016년 3월 창업해 최근까지 삼성벤처투자와 ARM을 비롯한 중국 안팎의 투자자들에게서 1100만달러(약 124억원)를 유치했다. 오는 24일에는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마케팅 차량을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연봉 4억 포기하고 창업

퍼셉트인의 가장 큰 무기는 ‘드래곤플라이 센스모듈’이라는 이름의 T자형 장치다. 성인 남성의 팔뚝 높이만한 크기의 장치를 차량 위에 부착하면 도로를 인식하고 보행자와 장애물을 피하는 기본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사방의 이미지를 초당 30장씩 촬영해 분석하고 주행에 활용하는 AI 기술 덕분이다.

한국에서 판매할 마케팅 특화 차량
한국에서 판매할 마케팅 특화 차량
상대적으로 고가인 라이더(레이저 장애물 탐지 장치)의 도움 없이 초음파 센서 및 중거리 레이더를 추가 부착하는 것만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전기로 움직이는 2인승 자율주행 차량을 1만달러 이하의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다고 퍼셉트인 측은 설명했다.

이같은 기술력의 비밀은 올해 만 34세의 창업자 류사오산 대표에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에서 컴퓨터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류 대표는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AI와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했다. 바이두 실리콘밸리 연구소에서는 자율주행 및 딥러닝 기술 개발팀을 이끌었다. 당시 4억원에 이르던 연봉을 박차고 창업에 도전했다.

22일 퍼셉트인 선전 본사에서 만난 류 대표는 “자율주행은 본질적으로 레고 블럭 조립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기술장벽을 낮춰 어느 가정의 누구든 사용할 수 있는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2인승 무인차량
2인승 무인차량
◆직원 40명짜리 글로벌 기업

퍼셉트인은 이미 지난해 시속 20㎞ 이하로 주행하는 2인승 자율주행차량을 개발해 대학 캠퍼스와 공장 등에 판매했다. 24일 제품을 선보이며 한국 판매를 시작하는 자율주행차량은 마케팅용으로 특화한 제품이다. 폭 102㎝, 길이 173㎝, 높이 175㎝로 야쿠르트 전동차와 비슷한 크기의 소형 자율주행 차량이다. LED(발광다이오드) 전광판 등을 부착하고 공원과 테마파크, 아파트 단지 등에서 제품을 홍보할 수 있다. 사람들과 장애물을 피해 움직이며 즉석에서 사은품을 나눠주거나 제품을 판매할 수도 있다.

퍼셉트인은 자율주행 기술이 충분한 안전성을 검증받는 2021년 이전까지 관련 제품으로 수익을 낸다는 전략이다. 도로가 아닌 장소에서 저속으로 움직이는 이동장치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제가 없다는 점을 겨냥했다.

2016년 창업 당시 실리콘밸리에 있던 퍼셉트인은 지난해 회사를 선전으로 이전했다. 40여 명의 직원 중 10 명 안팎은 여전히 실리콘밸리에 남아서 핵심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류 대표도 1년에 3개월은 실리콘밸리에서 일한다. 선전에 다시 둥지를 튼 퍼셉트인은 현지의 제조업 인프라와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선전 인근 4개 제조업체와 협조해 자율주행 모듈부터 전기차량까지 만들고 있다. 비용은 실리콘밸리의 20%에 불과하다.

퍼셉트인 관계자는 “설계도만 제공하면 제품을 제작해주는 공장은 중국에서 선전 이외에는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고속철도로 14분이면 도착하는 홍콩에는 마케팅본부를 설치했다. 글로벌 고객은 중국 비자를 따로 받는 번거러움 없이 홍콩에서 각종 협의를 할 수 있다.

류 대표는 “자율주행이 완벽해지기까지는 앞으로 5~6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그때까지 퍼셉트인은 유통업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해 가겠다”고 말했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