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모면한 한국GM 사태…법인 분리까지 진통은 계속될 듯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국GM "노조·산은·인천시와 대화 계속할 것"
군산공장 폐쇄에 이어 법인 분리 추진 논란으로 다시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GM의 최근 사태와 관련해 중앙노동위원회가 22일 노사가 추가로 단체교섭을 하라고 결정함에 따라 노조의 합법적 파업에 제동이 걸렸다.
한국GM으로서는 파업이라는 난관은 모면했지만 노조 외에도 "법인 분할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는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을 설득해야 하는 숙제를 여전히 떠 안고 있어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제동 걸린 한국GM 노조 파업
중노위는 이날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가 제기한 쟁의조정신청에 대해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다.
"한국GM의 법인 분리 관련 내용은 조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중노위의 행정지도 결정에 따라 "법인 분리와 관련한 특별단체교섭에 사측이 참여하지 않는다"며 쟁의조정을 신청한 한국GM 노조는 파업 권한을 포함한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한국GM의 법인 분리 논란은 한국GM이 7월 현재의 단일 법인을 쪼개 생산·판매법인과 연구개발(R&D)법인으로 이원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불거졌다.
한국GM은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등의 부서를 묶어 올해 연말까지 3천여 명의 인력을 분리해 연구개발법인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당장 '법인 신설 계획은 구조조정의 사전 단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단 법인을 쪼갠 뒤 한국GM의 생산 기능을 축소하고 신설법인만 남겨놓은 채 공장을 장기적으로 폐쇄하거나 매각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또 법인 분리로 조합원을 분산시켜 기존 노조 세력을 약화하고 철수 작업을 수월하게 하려는 것이라는 의구심도 깔려 있다.
실제 한국GM의 전체 임직원 1만3천여 명 중 1만여 명이 조합원인데, 법인 분리가 이뤄질 경우 존속할 생산법인의 조합원은 7천여 명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결국 군산공장 폐쇄 때 수면 위로 올라왔던 '한국 시장 철수 논란'이 반년 만에 다시 고개를 든 셈이다. 회사 측은 이런 논란을 일축하고 있다.
연구개발법인 분리로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GM(제너럴모터스) 본사가 판매할 차량을 개발하도록 하겠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연구개발 조직의 기능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차량을 개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한국GM의 생산 차량과 개발 차량이 달라지게 됐으니 한 법인장이 관장하도록 하기보다 R&D 조직은 본사의 조직과 연계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다른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는 점을 근거의 하나로 든다.
가깝게는 중국의 경우도 R&D와 생산 기능을 분리해 운영 중이며, 지금은 매각한 유럽법인(오펠 브랜드)도 글로벌 R&D를 수행하는 법인이 별도로 있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는 비슷한 사례가 없어 생소하겠지만 독자적인 연구개발 법인의 운영은 GM 내에서는 특이하지 않다"며 "본사 입장에서 이번 조치는 조직 개편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R&D 법인 분리 계획에 반발해 이달 16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하고 78.2% 찬성률로 통과시킨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중노위 결정으로 합법적인 파업은 어렵게 됐다.
가장 강력한 협상 지렛대인 파업이 차단되면서 일단 노조도 다시 사측과 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측 역시 단협 협상이 아닌 다른 창구를 통해 노조와 대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단협 개정 협상을 하자는 노조 요구와는 거리가 있어 당분간 양측이 평행선을 그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이동걸 산은 회장 "가처분 소송 신중 검토"
이런 가운데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여전히 한국GM의 R&D 법인 분리 절차를 문제 삼고 있다.
산은은 그동안 한국GM이 충분한 설명과 협의 없이 법인 분할을 추진한다며 '비토권' 행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바 있다.
특히 19일 한국GM의 법인 분리가 주주총회에서 기습적으로 의결된 뒤에는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향후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산은은 한국GM 노조가 물리적으로 가로막으면서 주총장에 입장하지 못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국GM의 법인 분리에 대해 "법인 분할이 강행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가처분 (소송을) 내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인 분할이 주주권을 침해하는지 판단하려면 GM의 사업계획을 알아야 하는 만큼 소송을 통할 수밖에 없다고 이 회장은 덧붙였다.
다만 이 회장은 이날 "'한국GM의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면'이라고 전제를 달아 (법인 분리에 찬성 입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원론적 차원의 언급이긴 하지만 법인 분리에 찬성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겨둔 셈이다. 인천시 역시 철수 논란이 일자 한국GM에 임대한 청라 시험주행장 부지 회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한국GM으로선 이래저래 곤혹스러운 처지다.
한국GM은 법인 분리 안건이 주총을 통과함에 따라 다음 달 30일 법인을 분할하고 12월 3일 분할 등기를 마칠 계획이다.
신설 R&D 법인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개발 등에 나서게 된다.
한국GM 관계자는 "10년간 철수하지 않겠다는 계약을 맺은 지 몇 달 되지 않은 시점에서 추가적인 투자도 하고 있는데 철수 의혹이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총은 절차상 하자 없이 진행됐다는 입장이며 이에 따라 앞으로 법인 분리를 추진할 것"이라며 "다만 산은이나 노조, 인천시 등과 대화와 협의는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군산공장 폐쇄에 이어 법인 분리 추진 논란으로 다시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GM의 최근 사태와 관련해 중앙노동위원회가 22일 노사가 추가로 단체교섭을 하라고 결정함에 따라 노조의 합법적 파업에 제동이 걸렸다.
한국GM으로서는 파업이라는 난관은 모면했지만 노조 외에도 "법인 분할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는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을 설득해야 하는 숙제를 여전히 떠 안고 있어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제동 걸린 한국GM 노조 파업
중노위는 이날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가 제기한 쟁의조정신청에 대해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다.
"한국GM의 법인 분리 관련 내용은 조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중노위의 행정지도 결정에 따라 "법인 분리와 관련한 특별단체교섭에 사측이 참여하지 않는다"며 쟁의조정을 신청한 한국GM 노조는 파업 권한을 포함한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한국GM의 법인 분리 논란은 한국GM이 7월 현재의 단일 법인을 쪼개 생산·판매법인과 연구개발(R&D)법인으로 이원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불거졌다.
한국GM은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등의 부서를 묶어 올해 연말까지 3천여 명의 인력을 분리해 연구개발법인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당장 '법인 신설 계획은 구조조정의 사전 단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단 법인을 쪼갠 뒤 한국GM의 생산 기능을 축소하고 신설법인만 남겨놓은 채 공장을 장기적으로 폐쇄하거나 매각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또 법인 분리로 조합원을 분산시켜 기존 노조 세력을 약화하고 철수 작업을 수월하게 하려는 것이라는 의구심도 깔려 있다.
실제 한국GM의 전체 임직원 1만3천여 명 중 1만여 명이 조합원인데, 법인 분리가 이뤄질 경우 존속할 생산법인의 조합원은 7천여 명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결국 군산공장 폐쇄 때 수면 위로 올라왔던 '한국 시장 철수 논란'이 반년 만에 다시 고개를 든 셈이다. 회사 측은 이런 논란을 일축하고 있다.
연구개발법인 분리로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GM(제너럴모터스) 본사가 판매할 차량을 개발하도록 하겠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연구개발 조직의 기능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차량을 개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한국GM의 생산 차량과 개발 차량이 달라지게 됐으니 한 법인장이 관장하도록 하기보다 R&D 조직은 본사의 조직과 연계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다른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는 점을 근거의 하나로 든다.
가깝게는 중국의 경우도 R&D와 생산 기능을 분리해 운영 중이며, 지금은 매각한 유럽법인(오펠 브랜드)도 글로벌 R&D를 수행하는 법인이 별도로 있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는 비슷한 사례가 없어 생소하겠지만 독자적인 연구개발 법인의 운영은 GM 내에서는 특이하지 않다"며 "본사 입장에서 이번 조치는 조직 개편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R&D 법인 분리 계획에 반발해 이달 16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하고 78.2% 찬성률로 통과시킨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중노위 결정으로 합법적인 파업은 어렵게 됐다.
가장 강력한 협상 지렛대인 파업이 차단되면서 일단 노조도 다시 사측과 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측 역시 단협 협상이 아닌 다른 창구를 통해 노조와 대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단협 개정 협상을 하자는 노조 요구와는 거리가 있어 당분간 양측이 평행선을 그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이동걸 산은 회장 "가처분 소송 신중 검토"
이런 가운데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여전히 한국GM의 R&D 법인 분리 절차를 문제 삼고 있다.
산은은 그동안 한국GM이 충분한 설명과 협의 없이 법인 분할을 추진한다며 '비토권' 행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바 있다.
특히 19일 한국GM의 법인 분리가 주주총회에서 기습적으로 의결된 뒤에는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향후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산은은 한국GM 노조가 물리적으로 가로막으면서 주총장에 입장하지 못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국GM의 법인 분리에 대해 "법인 분할이 강행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가처분 (소송을) 내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인 분할이 주주권을 침해하는지 판단하려면 GM의 사업계획을 알아야 하는 만큼 소송을 통할 수밖에 없다고 이 회장은 덧붙였다.
다만 이 회장은 이날 "'한국GM의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면'이라고 전제를 달아 (법인 분리에 찬성 입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원론적 차원의 언급이긴 하지만 법인 분리에 찬성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겨둔 셈이다. 인천시 역시 철수 논란이 일자 한국GM에 임대한 청라 시험주행장 부지 회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한국GM으로선 이래저래 곤혹스러운 처지다.
한국GM은 법인 분리 안건이 주총을 통과함에 따라 다음 달 30일 법인을 분할하고 12월 3일 분할 등기를 마칠 계획이다.
신설 R&D 법인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개발 등에 나서게 된다.
한국GM 관계자는 "10년간 철수하지 않겠다는 계약을 맺은 지 몇 달 되지 않은 시점에서 추가적인 투자도 하고 있는데 철수 의혹이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총은 절차상 하자 없이 진행됐다는 입장이며 이에 따라 앞으로 법인 분리를 추진할 것"이라며 "다만 산은이나 노조, 인천시 등과 대화와 협의는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