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가 국민의 헌혈로 얻은 혈장을 국내 기업에 헐값으로 판매했다는 지적이 또 나왔다.

또 불거진 혈장 '헐값 판매' 논란…올해도 어김없이 국감 '도마 위'로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적십자는 혈장을 표준원가 대비 65~77% 수준으로 GC녹십자와 SK플라즈마에 납품했다. 혈액을 채취한 뒤 분리한 혈장은 혈액제제 원료로 사용된다. 적십자는 2015년 혈장 표준원가를 L당 16만~18만원으로 책정했으나 기업에 공급한 단가는 L당 11만~13만원 선이었다. 원가 이하로 혈장을 팔아 지난해부터 올 8월까지 157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는 게 기 의원 측의 분석이다.

적십자가 기업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지적은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적십자가 산출한 표준원가가 있다. 업계는 표준원가 산정 근거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적십자가 공개한 표준원가에서 재료비는 전체의 20~30%를 차지하고 나머지 70% 이상이 인건비와 관리비다. 통상 혈장분획제제는 다른 생물학적 제제와 비교해 제조 방법이 까다롭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들지 않아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혈액제제는 재료비가 원가의 70%를 차지하는데 적십자의 원가는 비정상적”이라며 “적십자의 혈장 제조 및 관리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인건비가 지나치게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적십자가 공급하는 혈장의 품질 저하 문제도 지적된다. 해외처럼 매혈이 아니라 헌혈로 모은 혈장으로 혈액제제를 생산하면 수출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제조사들은 수출용 혈장을 별도로 수입하고 있다. 다만 내수용 혈액제제를 만들 때는 국내 혈액 사업을 독점하는 적십자에 의존한다.

일각에서는 국민 헌혈로 ‘공짜’로 얻은 혈장을 사용하면서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적십자의 사업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적십자는 혈액사업을 통해 총 2조221억원을 벌었지만 이 중 순수익은 223억원에 불과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