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는 22일 기업은행 본점에서 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벌였다. 이동걸 산은 회장(왼쪽부터)이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국회 정무위원회는 22일 기업은행 본점에서 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벌였다. 이동걸 산은 회장(왼쪽부터)이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한국GM에 출자하기로 한 7억5000만달러(약 8000억원) 가운데 아직 납부하지 않은 3억7500만달러(약 4000억원)를 정책적 판단에 따라 집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22일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한국GM의 연구개발(R&D) 법인 분리를 강행하면 산은이 출자를 중단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도 “법인 분리가 철수를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단정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GM 측을 두둔해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출자하기로 한) 7억5000만달러 중 1차가 지난 6월에 집행됐고, 오는 12월31일까지 나머지를 집행하기로 돼 있다”며 “정책적 판단에 따라 (추가 집행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인 분할 금지를 위한 가처분 소송을 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도 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GM 측을 압박하기 위해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은은 한국GM의 2대 주주인데도 법인 분할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GM이 생산법인과 R&D법인을 분리한 뒤 결국 한국에서 철수하려는 수순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 회장은 한국GM의 법인 분리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도 남겨 논란이 일었다. 그는 “(법인 분리를) 원론적으로,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한국GM의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면 찬성 입장”이라고 했다. 여야 의원들이 이 회장 발언을 두고 “GM 대변인이냐”고 질타했을 정도다.

GM 측을 대표해 출석한 최종 한국GM 부사장은 “법인 분리와 한국 철수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적자가 나도 회사가 한국에 남아 있을 예정인지 묻는 질문에는 “현재로는 경영정상화가 우선”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파업으로 법인 분리를 막으려던 한국GM 노조의 시도는 불발됐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날 한국GM 노조가 제기한 쟁의조정신청에 대해 행정지도 결정을 내리면서다. 중노위가 법인 분리 문제를 놓고 쟁의를 하겠다는 요청 자체를 무리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중노위의 결정에 따라 한국GM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한국GM 노조는 중노위 결정 발표 이후 중앙대책위원회를 열고 오는 26일부터 간부 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간부 파업에는 상무집행위원과 대의원 등 240여 명이 참여한다. 청와대 앞에서 노숙 투쟁도 진행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 간부 파업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도병욱/강경민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