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파생상품의 일종인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발행이 크게 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재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 보도했다.

JP모간체이스에 따르면 CLO 시장은 7000억달러(약 790조원) 규모로, 2016년 대비 25% 커졌다. CLO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위험을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한 주범으로 지목된 부채담보부증권(CDO)의 일종이다. 금융위기 이후 CDO 발행은 줄었지만 기업 대출을 기반으로 한 CLO 발행은 크게 늘었다. NYT는 “차입 기업들의 리스크가 커지는데, 이들에 대한 대출 기준이 낮아지고 금융당국이 규제를 완화한다는 면에서 2008년과 상당히 비슷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불씨 될까

10년 전 금융위기 때처럼…신용파생상품에 '뭉칫돈' 몰린다
CLO는 은행들이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대출채권을 묶은 뒤 이를 담보로 발행한 증권이다. 기초자산은 신용등급 ‘BBB’ 이하인 기업에 대한 대출채권이다. 부채 규모가 상당한 기업이 더 빌린 돈인 ‘레버리지론’도 기초자산에 포함된다.

NYT는 “구조화 금융, 금융의 증권화(securitization), 섀도 뱅킹 등 다양한 이름을 붙인 대출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화 금융’은 투자 대상 자산이 다양하고 구조가 복잡해 투자자의 책임을 모호하게 하고 위기를 확산시켜 글로벌 금융위기의 불씨가 됐다.

CLO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2016년 이후 다시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 고정금리가 아니라 변동금리 상품으로 고금리를 보장한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NYT는 “시장이 긴축 기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신용파생상품 투자 증가가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레버리지론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비율이 높아지면 (대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증권 보유자는 손실을 볼 확률이 커진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레버리지론의 디폴트 비율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미국 레버리지론의 디폴트 비율은 2.5%로 작년(2.0%)에 비해 0.5%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15일 파산보호 신청을 낸 시어스도 레버리지론을 받은 기업이다.

◆레버리지론 부실화가 뇌관될 수도

NYT는 특히 레버리지론 투자 수요가 크게 늘면서 낮아진 대출심사 기준이 부실화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레버리지론 시장 규모는 1조2700억달러로, 고수익·고위험 채권(하이일드채권)을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금융회사 부실화를 예방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도입한 ‘도드-프랭크법’ 폐지 및 무력화를 추진하고 있다. CLO를 발행한 금융사는 기초자산의 신용위험 가운데 최소 5%를 떠안도록 한 위험 보유 조항을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대니얼 터들로 하버드 법학대학원 교수(전 미 중앙은행 이사)는 “문제가 발생한다면 금융위기 이후 금융개혁 노력이 미완성이란 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CDO·CLO

CDO(부채담보부증권)는 회사채나 금융회사의 대출채권 등을 한데 묶어 유동화한 신용파생상품이다. CLO(대출채권담보부증권)는 CDO의 일종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은행 대출채권을 묶어 이를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이다. CDO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위험을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한 주범으로 지목돼 발행이 줄었다. 반면 기업 대출을 기반으로 한 CLO 발행은 크게 늘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