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애증의 브라질 국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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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규 논설위원
![[천자 칼럼] 애증의 브라질 국채](https://img.hankyung.com/photo/201810/AA.18068507.1.jpg)
그런 고수익을 내기 위해 집중 투자한 게 브라질 국채다. 룰라 대통령 집권 후 브라질이 고성장을 구가하던 시기와도 맞아떨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격주간지 ‘펀드정보’는 2010년 2월 커버스토리로 ‘헤알·호주달러 선풍. 120엔 시대 개막!’이라고 보도했다. 브라질 헤알화와 호주 달러화 채권펀드에 투자하면 1만엔당 월 120엔을 받는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리우 올림픽 덕에 브라질 경제가 안정된 2016년에는 국채 매매수익률이 71%에 달하는 대반전이 일어났다. ‘그 해의 추억’으로 인해 브라질 국채의 국내 투자잔액은 7조8390억원(8월 말)에 이른다. 이 중 9할이 은퇴자 등 개인 자금이다.
세상에 위험이 없는 고수익은 없는 법이다. 브라질 국채는 경제가 안정돼 채권값과 헤알화 가치가 오르면 수익률이 높지만, 그 반대면 이중으로 깨지는 구조다. 금리·환율 변동폭이 워낙 커 흔히 ‘주식 같은 채권’으로 불린다. 주식 수익성 대신 위험성, 채권의 안정성 대신 경직성이 부각되면 애물단지가 된다. 환헤지로 위험을 줄일 수도 있지만 헤지비용 6~7%를 떼면 고수익 매력이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과 얼마 전까지 증권사들은 투자설명회를 여는 등 브라질 국채 판매에 열을 올렸다. 투기등급 채권 권유는 불법이지만 감독당국도 손놓고 있다. 고객은 앉아서 1조5000억원의 평가손을 떠안았는데, 증권사들이 그간 챙긴 수수료가 4248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 월가 격언이 된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말이 연상된다. 그럼에도 투자 문의가 잇따른다니 더 할 말이 없다.
이런 게 브라질채권뿐이겠나. 인기를 끈 ‘양매도 ETN(상장지수증권)’도 증시 횡보장에서 고수익을 내지만, 폭락장에서는 막대한 손실을 입히는 양날의 칼이다. 금융이 자꾸 ‘투자자의 무덤’이 되면 얻는 것은 몇 푼 수수료요, 잃는 것은 모두의 신뢰다.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