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예정에 없었으나 사우디 정부가 요청"

중동을 순방 중인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사우디 정부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이날 회담은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총영사관에서 발생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을 놓고 빈 살만 왕세자의 배후설이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사면초가 사우디 왕세자, 美재무 만나 카슈끄지 사건 논의
미 재무부는 대변인 발표를 통해 테러자금에 대한 대응 방안, 이란의 역내 영향력 억제 방안 등이 회담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됐다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과 빈 살만 왕세자는 카슈끄지 피살사건에 대한 조사 문제도 협의했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사우디 외무부도 회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두 사람이) 사우디와 미국의 전략적 동반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서 이런 관계가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사우디 국가발전계획인 '비전2030'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카슈끄지 피살로 사우디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된 가운데서도 이날 사우디를 찾았다.

예정대로 사우디를 방문해 정부 관리들을 만나고, 경제 현안과 테러세력에 대한 불법자금 차단과 같은 이슈를 논의하겠다고 미리 밝혔다.

다만, 23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리야드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 투자회의인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 참석해 연설하려던 계획은 취소했다.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담은 예정에 없었으나, 사우디 정부의 요청에 따라 열린 것이라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므누신 장관은 전날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기자들에게 카슈끄지의 죽음이 우발적이라는 주장을 입증하려면, 사우디가 앞으로도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요지로 말했다.

사우디 왕실이나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번 사건에 대해 그는 "지금 나오고 있는 정보는 좋은 첫걸음"이라면서도 "분명히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의 사우디 제재 가능성에는 "조사가 끝날 때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진상을 규명할 때까지 제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말을 아꼈다.

사우디 정부는 이스탄불의 자국 영사관에서 카슈끄지가 지난 2일 사망한 사실을 시인했으나, 암살이 아닌 우발적 주먹다툼 때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