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시장에서 구 시장 상인들이 수협의 명도 강제집행에 저항하며 충돌을 빚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시장에서 구 시장 상인들이 수협의 명도 강제집행에 저항하며 충돌을 빚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원과 수협중앙회가 옛 노량진수산시장을 대상으로 4번째 강제집행에 나섰지만 이번에도 상인들의 반발에 막혀 무산됐다.

법원 집행관, 노무 인력 300여명과 수협이 고용한 사설경호업체 100여명은 23일 오전 8시 15분께 노량진수산시장 옛 시장에서 상인들이 점유 중인 자리와 부대·편의시설을 대상으로 명도 강제집행에 나섰다.

하지만 이전을 거부하는 상인으로 이뤄진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과 민주노점상전국연합 회원 등 500여명이 구시장 입구에서 막아서면서 강제집행은 오전 10시 5분께 중단됐다.

노량진 옛 시장은 출입문이 따로 없고 사방에서 들어올 수 있는 통로가 있는 형태다. 이에 상인들은 주요 입구에서 진을 쳤고 인원이 부족한 곳은 차를 세워놓는 등 노무인들의 진입을 막았다.

집행인력은 오전 8시10분을 시작으로 9시, 9시30분, 9시55분 등 4차례에 걸쳐 진입을 시도했지만 팔짱을 끼고 스크럼을 짠 상인들의 반발에 막혔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거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3개 중대 300명을 대기시킨 경찰은 몸싸움이 과격해질 조짐이 보일 때마다 경력을 투입해 양측을 떼어놨다.

집행인력은 이날 이전보다 더 많은 인력을 투입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상인들이 완강하게 저항함에 따라 서울중앙지법은 오전 10시5분쯤 집행인력의 철수를 결정했다.

앞서 수협은 법원에 강제집행을 요청해 2017년 4월 5일과 올해 7월 12일, 9월 6일에도 강제집행을 시도했지만, 일부 상인들의 반발로 집행이 무산된 바 있다.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는 "현대화사업으로 억울하게 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현대화사업은 이미 실패한 것이다.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노량진 수산시장을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협 측은 안전검사에서 C등급 판정을 받은 기존 건물에서 더이상 장사를 허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8월 대법원 최종판결 이후 1주일간의 자진퇴거기한이 경과된데다 구시장은 지어진지 48년 된 노후건물로 낙석, 추락사고, 주차장 붕괴위험, 정전사고 등 시설물 안전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시장 이전 조건도 이미 2009년 양해각서를 통해 합의된 사항이었다고 덧붙였다.

수협 측은 조만간 법원에 다시 강제집행을 요청할 예정이지만 이미 4차례나 무산된 만큼 내부 논의를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2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시장에서 구 시장 상인들이 수협의 명도 강제집행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시장에서 구 시장 상인들이 수협의 명도 강제집행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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