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이 22일(현지시간)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내년 1월1일 이후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이 공개적으로 2차 정상회담 개최 시기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러시아 라디오방송 에코 모스크비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아마도 내년 초 이후에 다시 만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로이터통신이 익명의 미 행정부 고위 관료를 인용해 2차 정상회담이 내년 초에 열릴 전망이라고 보도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직접적인 협상을 추진하기로 결심했다”며 “싱가포르에서 1차 정상회담을 하는 전례없는 조치를 했고 그를 다시 만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미 행정부가 북한에 핵 공격을 논의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어 “내가 아는 한 결코 논의된 적이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 점을 분명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미국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국 네바다주 중간선거 유세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잘될 것”이라며 “서두르지 말라”고 말했다. 유엔 총회기간인 지난달 26일에는 북한 비핵화 협상 시한에 대해 “시간 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속도조절론을 공식화한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를 선언한 ‘중거리 핵전력 폐기조약(INF)’과 관련해서도 북한을 언급했다. INF는 500~5500㎞ 중·단거리 탄도 미사일 생산과 개발·실험·배치 등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INF는) 러시아와 미국에 적용되는 조약인데 지금은 중국, 이란, 북한 등도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생산한다”며 “만약 중국, 이란, 북한이 조약 당사국이었다면 이들 국가는 조약에 위반되는 전력을 개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볼턴 보좌관 발언에 대해 “북·미 간 (2차 정상회담의 연기가) 합의된 내용이 아직 없는 것 아니냐”며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