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美 LNG 사주마"…트럼프 달래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이 미국산 LNG를 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의 러시아에 대한 높은 에너지 의존도를 비판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WSJ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달 중순 한 모임에서 “미국산 LNG 수입을 위해 독일 북부 지역에 민관 합동으로 5억유로(약 6500억원) 규모의 LNG 터미널을 짓겠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 16일 국제컨소시엄이 독일 함부르크 인근 슈타드시에 LNG 터미널 건설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독일 정부는 미국산 LNG가 가스관을 통해 직송되는 러시아산보다 20%가량 비싸기 때문에 당장은 수익이 나기 어렵다고 보고 보조금 지급 등 수년간 재정 지원을 하기로 했다.

독일은 LNG 수입의 5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드스트림1을 통해 러시아 LNG를 공급받고 있다. 독일은 두 번째 가스관 노르드스트림2도 공사 중이다. 이 가스관이 내년 완공되면 러시아에서 독일로 직송되는 천연가스 양은 두 배로 늘어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메르켈 총리 면전에서 이 가스관을 꼭 집어 “독일이 러시아의 포로가 됐다”고 비난했다. WSJ는 “(미국산 LNG 수출을 독려해 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또 하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