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트럼프의 '중국 봉쇄령'과 한국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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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미국
USMCA에 '中과 FTA' 거부권 명시
한·중 FTA로 숨통 튼 통상기반 위험
최병일 < 이화여대 교수·경제학 >
USMCA에 '中과 FTA' 거부권 명시
한·중 FTA로 숨통 튼 통상기반 위험
최병일 < 이화여대 교수·경제학 >
![[다산 칼럼] 트럼프의 '중국 봉쇄령'과 한국의 딜레마](https://img.hankyung.com/photo/201810/07.14558755.1.jpg)
지난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한 뒤 NAFTA 개정을 위한 미국 국내 절차를 의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공개한 협상의 주요 목표에는 이 조항이 존재하지 않았다. 올 들어 관세폭탄을 주고받는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무역흑자를 대규모로 축소하고 불법보조금을 금지해 ‘중국제조 2025’로 불리는 중국 방식의 기술산업정책을 폐기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중국이 “대립이 아니라 대화로 문제를 풀자”며 시간을 끌자 트럼프는 초강경으로 국면을 전환했다. “숫자는 협상할 수 있지만 시스템은 협상대상이 아니다”는 중국의 높은 벽 앞에서 트럼프는 본격적으로 중국을 국제통상체제에서 고립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의 노림수는 국제통상질서의 근간인 세계무역기구(WTO)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2001년 WTO 가입 후 중국의 무역성장세는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연상케 했다. 세계 최대 미국 시장에 다른 국가들과 같은 조건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 중국은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고, 이젠 미국의 턱 밑까지 추격했다.
트럼프와 그의 집행자들은 중국을 WTO에 가입시킨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2001년 당시 중국은 15년 후 비시장경제국 지위가 만료된다는 양해 속에 WTO에 가입했다. 2016년 12월 15년의 유예기간이 끝났는데 미국, EU 등 주요국은 중국에 시장경제국 지위를 인정할 생각이 전혀 없다. 중국은 이 문제를 WTO에 제소하기에 이르렀다. 미국과 EU는 국영기업을 앞세워 시장을 독점하고 불법보조금으로 경쟁을 왜곡하는 중국에 시장경제국 지위는 어림도 없다는 생각이다.
한국은 2014년 중국과 상품 중심의 FTA를 타결하고 발효시켰다. 지난해 말부터는 서비스·투자 분야의 2단계 FTA 협상을 시작했다. 미국발 중국 봉쇄령의 사이렌이 요란한 상황에서 한국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일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한국 경제가 겪고 있는 여러 어려움이 쉽게 호전될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숨통을 터준 통상마저 그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byc@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