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표명연설서 '한국' 자세히 거론한 문장 없어…미중러는 상당량 할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4일 개회한 임시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한국과 관련해선 별도의 문장으로 구체적 언급을 아예 하지 않아 의도적 홀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소신표명 연설 중 외교·안보 부문에서 먼저 '전후(戰後·일본의 2차대전 패전 이후) 일본 외교의 총결산'이라는 항목을 통해 자국 외교를 강조했다.

그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호주, 인도를 비롯해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함께 일본은 아시아태평양에서 인도양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확고한 평화와 번영을 구축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日아베, 국회 연설서 한국 구체적 언급 안 해…"의도적 홀대"
아베 총리가 그나마 한국을 거론한 부분은 이어 "6월의 역사적 북미정상회담에 의해 북한을 둘러싼 정세가 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미일, 한미일의 결속하에 국제사회와 연대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할 것"이라는 문장에서였다.

그는 북일 정상회담 의지를 재차 표명하는 등 북한 관련 3개 문장에 이어 러시아에 관한 총 5개 문장에서 양국간 영유권 분쟁이 있는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를 거론한 뒤 평화조약 체결 의지를 밝혔다.

중국에 대해서도 3개 문장에서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을 언급하며 "정상간 왕래를 거듭함과 동시에 경제 협력, 스포츠 등 모든 레벨에서 양국 국민의 교류를 비약적으로 강화해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관련해선 '강고한 미일동맹'이라는 별도의 항목에서 미일 물품무역협정(TAG)의 협상 개시 합의 사실 등을 거론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에 대해선 비중 있게 다룬 반면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선 구체적 문장이 하나도 없었다.

아베 총리는 올해 1월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한국을 의도적으로 격하·홀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그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는, 지금까지의 양국 간 국제약속, 상호 신뢰의 축적 위에 미래지향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협력관계를 심화시켜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1년 전 한국에 대해 제시했던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는 표현은 삭제됐다.

한국 관련 문장은 1개인데 반해 중국은 8개 문장에 걸쳐 중요성을 거론해 차이가 부각됐다.

아베 총리는 2016년 9월 소신표명 연설에선 한국과 관련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으로, 미래지향 및 상호신뢰 하에 새로운 시대의 협력관계를 심화시키겠다"며 같은해 1월 시정연설의 표현을 유지한 바 있다.

한국에 대한 의도적 홀대 분위기는 한일간 현안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정부 측은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재단'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해산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또한 일제 강점기 한국인 징용 피해자들이 한국에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일본 기업의 패소가 확정되면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최근 일본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일본이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 등을 위해 한국과 공조를 취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향후 소송 결과 등에 따라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소신표명 연설은 임시·특별국회가 시작될 때 총리가 정치과제에 대한 기본자세를 설명하는 것으로, 정기국회에서 내정·외교 전반에 관해 설명하는 '시정방침 연설'과 구분된다.

아베 총리가 이날 총 30여분간 행한 소신표명 연설은 2006년 제1차 집권 시기를 포함해 총 여덟번째 이뤄진 것으로, 자수 길이로는 네 번째 분량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