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칼럼] "정권 운영의 냉엄한 현실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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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 높았던 프랑스 사회당과 일본 민주당
낡은 이념 편향, 좌파 기득권 정치로 패망
문재인 정부는 '민심의 무서움' 새기고 있나
이학영 논설실장
낡은 이념 편향, 좌파 기득권 정치로 패망
문재인 정부는 '민심의 무서움' 새기고 있나
이학영 논설실장
프랑스 사회당이 파리 중심부에 있던 당사(黨舍)를 팔고 외곽 공업지대로 최근 이전했다. 당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국고보조금이 거의 끊긴 데다 기부금까지 쪼그라든 탓이다. 17개월 전까지 집권당이었지만, 연명(延命)에 급급한 신세가 됐다. 작년 5월 대통령 선거에서 소속 후보가 5위로 낙선하는 망신을 당한 데 이어 총선에선 577개 의석 가운데 31석을 겨우 건졌다. 5년 전 선거에서 280석을 차지했던 ‘유럽 진보정치 본산’이 순식간에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일본 민주당의 몰락은 더 허망하다. 9년 전 총선에서 중의원(하원) 의석 480석 가운데 308석을 싹쓸이하며 집권했던 당을 지금은 찾아볼 수조차 없다. 집권 초 지지율이 70%를 넘는 기세를 올렸지만 39개월 만에 국민 심판을 받았다. 2012년 12월 선거에서 251석을 잃고 57석만 건지는 대참사를 당하고는 민주진보당, 입헌민주당, 희망의 당 등 ‘신장개업’한 군소정당들로 쪼개졌다.
두 당의 몰락에는 공통점이 있다. ‘무능’과 ‘무책임’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이끌었던 프랑스 사회당 정부는 5년 임기 내내 연간 성장률이 1%대에 그쳤고, 실업률은 두 자릿수로 치솟았다. 대선 직전이었던 작년 3월 실업률이 10.1%로 독일(3.9%)과 영국(4.5%)의 두 배를 넘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정책실패 탓이었다. 고장 난 경제를 기득권자들의 양보와 고통분담이 필요한 구조개혁으로 고치려 하지 않고, 손쉬운 포퓰리즘 정책을 택했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 넘는 규모로 비대해진 공공부문을 수술하는 대신 재원을 마련한답시고 소득세 최고세율을 75%로 끌어올리는 식이었다. 23.7%로까지 치솟은 청년실업률을 낮추는 방법으로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기대효과에 매달렸다. 본질을 외면한 정책을 시장은 냉정하게 심판했다. 벨기에 등 이웃나라로 국적을 바꾼 기업인과 고소득자가 속출했고, 5만 명이 넘는 금융엘리트들이 런던으로 떠나면서 세금 수입이 되레 줄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경영에 타격을 입은 기업들은 채용 확대가 아니라 감원으로 대응했다. 그 이후 상황은 잘 알려진 대로다. 지지율이 4%로 곤두박질친 올랑드는 연임 도전을 포기해야 했고, 사회당을 박차고 나와 개혁 드라이브를 선언한 30대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국민 선택을 받았다.
일본 민주당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과 탁상행정으로 제 목숨을 갉아먹었다. 아동수당과 무상교육 확대, 무료 고속도로 통행, 최저연금 보장제도 도입 등 달콤한 공약을 앞세워 집권에 성공했지만, 유권자에게 ‘공짜점심은 없다’는 뼈저린 교훈을 일깨워주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작년 5월 출범한 한국의 더불어민주당 정부는 어떤 궤적을 그릴까. 어제 ‘공공 알바’ 수준의 단기 일자리 5만9000개를 급조해 발표한 ‘일자리 특단대책’이 궁색한 현실을 보여준다. 올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한국은행 추정 2.8%)을 밑돌 것으로 예고될 만큼 경제가 역동성을 잃어가고 있다. 승승장구하는 듯했던 주가마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전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뒷걸음했다. 요즘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은 공기업들의 광범위한 채용부정과 비리 사태는 줄어든 일자리에 좌절해온 청년세대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더 심각한 건 새로운 성장동력을 이끌어낼 신산업이 기득권을 틀어쥔 이익집단들의 조직적 방해에 발목 잡혀 있는데도 정부와 여당의 대응이 미지근하다는 것이다. 긴말할 것 없이 지지층 표밭에 포획당한 탓이다. 프랑스 사회당과 일본 민주당 정부가 빠졌던 낡은 이념 편향과 좌파 기득권 정치의 함정이 걱정스럽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얼마 전 당 행사에서 ‘50년 집권론’을 호기롭게 꺼내들었다. 사라져가는 시장 활력과 보이지 않는 앞날에 좌절하는 민심을 제대로 읽고 한 말인지 궁금하다. “정권을 잡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방만함과 정권 운영의 냉엄한 현실을 모르는 미숙함이 있었다.” 일본 민주당 정부의 마지막 총리였던 노다 요시히코는 퇴임을 앞두고 국민에게 이렇게 사과했지만, 격노한 민심은 용서하지 않았다.
haky@hankyung.com
일본 민주당의 몰락은 더 허망하다. 9년 전 총선에서 중의원(하원) 의석 480석 가운데 308석을 싹쓸이하며 집권했던 당을 지금은 찾아볼 수조차 없다. 집권 초 지지율이 70%를 넘는 기세를 올렸지만 39개월 만에 국민 심판을 받았다. 2012년 12월 선거에서 251석을 잃고 57석만 건지는 대참사를 당하고는 민주진보당, 입헌민주당, 희망의 당 등 ‘신장개업’한 군소정당들로 쪼개졌다.
두 당의 몰락에는 공통점이 있다. ‘무능’과 ‘무책임’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이끌었던 프랑스 사회당 정부는 5년 임기 내내 연간 성장률이 1%대에 그쳤고, 실업률은 두 자릿수로 치솟았다. 대선 직전이었던 작년 3월 실업률이 10.1%로 독일(3.9%)과 영국(4.5%)의 두 배를 넘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정책실패 탓이었다. 고장 난 경제를 기득권자들의 양보와 고통분담이 필요한 구조개혁으로 고치려 하지 않고, 손쉬운 포퓰리즘 정책을 택했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 넘는 규모로 비대해진 공공부문을 수술하는 대신 재원을 마련한답시고 소득세 최고세율을 75%로 끌어올리는 식이었다. 23.7%로까지 치솟은 청년실업률을 낮추는 방법으로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기대효과에 매달렸다. 본질을 외면한 정책을 시장은 냉정하게 심판했다. 벨기에 등 이웃나라로 국적을 바꾼 기업인과 고소득자가 속출했고, 5만 명이 넘는 금융엘리트들이 런던으로 떠나면서 세금 수입이 되레 줄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경영에 타격을 입은 기업들은 채용 확대가 아니라 감원으로 대응했다. 그 이후 상황은 잘 알려진 대로다. 지지율이 4%로 곤두박질친 올랑드는 연임 도전을 포기해야 했고, 사회당을 박차고 나와 개혁 드라이브를 선언한 30대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국민 선택을 받았다.
일본 민주당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과 탁상행정으로 제 목숨을 갉아먹었다. 아동수당과 무상교육 확대, 무료 고속도로 통행, 최저연금 보장제도 도입 등 달콤한 공약을 앞세워 집권에 성공했지만, 유권자에게 ‘공짜점심은 없다’는 뼈저린 교훈을 일깨워주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작년 5월 출범한 한국의 더불어민주당 정부는 어떤 궤적을 그릴까. 어제 ‘공공 알바’ 수준의 단기 일자리 5만9000개를 급조해 발표한 ‘일자리 특단대책’이 궁색한 현실을 보여준다. 올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한국은행 추정 2.8%)을 밑돌 것으로 예고될 만큼 경제가 역동성을 잃어가고 있다. 승승장구하는 듯했던 주가마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전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뒷걸음했다. 요즘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은 공기업들의 광범위한 채용부정과 비리 사태는 줄어든 일자리에 좌절해온 청년세대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더 심각한 건 새로운 성장동력을 이끌어낼 신산업이 기득권을 틀어쥔 이익집단들의 조직적 방해에 발목 잡혀 있는데도 정부와 여당의 대응이 미지근하다는 것이다. 긴말할 것 없이 지지층 표밭에 포획당한 탓이다. 프랑스 사회당과 일본 민주당 정부가 빠졌던 낡은 이념 편향과 좌파 기득권 정치의 함정이 걱정스럽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얼마 전 당 행사에서 ‘50년 집권론’을 호기롭게 꺼내들었다. 사라져가는 시장 활력과 보이지 않는 앞날에 좌절하는 민심을 제대로 읽고 한 말인지 궁금하다. “정권을 잡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방만함과 정권 운영의 냉엄한 현실을 모르는 미숙함이 있었다.” 일본 민주당 정부의 마지막 총리였던 노다 요시히코는 퇴임을 앞두고 국민에게 이렇게 사과했지만, 격노한 민심은 용서하지 않았다.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