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 관련 예산이 바닥났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재자로 나서면서 역대 정부에 비해 잦은 순방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예정된 순방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긴급히 예비비를 편성했다.

24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해외 순방 홍보를 위해 해외문화홍보원에 배정된 예산이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소진됐다. 해외문화홍보원은 해외 순방 시 현지 프레스센터 설치 등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 기관에 지난해보다 3억원 늘어난 20억원을 배정했지만 문 대통령의 잦은 순방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연내 계획된 순방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예산이 바닥을 보이자 정부는 황급히 추가 예산을 편성했다. 본예산과 동일한 20억원이 추가로 투입되면서 올해 해외문화홍보원에 배정된 예산은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은 40억원에 이른다. 해외문화홍보원 관계자는 “역대 정부의 대통령 순방 관련 홍보 예산은 23억원 정도”라며 “하지만 이번 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정상외교를 펼치고 있어 평균치의 2배가량을 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올 3월 베트남을 시작으로 12개국(북한 제외)을 찾았다. 이달 7박9일간의 유럽 순방을 포함해 올해 총 38일을 해외에서 보냈다. 2박3일간의 평양 방문 일정을 포함하면 40일이 넘는다.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1년4개월여 만에 14차례(16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다음달 파푸아뉴기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는 이 외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외교부에 따르면 올해 총리 순방과 국빈 영접을 포함한 정상외교 예산은 지난해와 같은 196억원이다. 하지만 경호와 의전 분야 선발대 파견, 현지 대사관 및 영사관 홍보문화원 직원 50여 명의 체류비 등 실제 비용은 이를 훨씬 웃돈다. 빡빡한 순방 일정 탓에 국내 현안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내년부터 대통령의 순방 일정을 총리와 분담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