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시장이 원하는 R&D만 지원…세계 히든챔피언 절반 배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고비용 저효율 R&D 지원사업
(2) 정부가 찍어주는 韓, 시장이 제안하는 獨
獨 '연구개발 메카' NRW州 산·학·연 클러스터 가보니
獨, 산·학·연 클러스터 통해
공통 기반기술 개발 후 공유
기술사업화는 개별 기업의 몫
170개 기업·대학·연구소 모인
독일 간판 클러스터 '이츠오울'
전기차 등 33건 프로젝트 진행
韓, 개별기업에 R&D과제 맡겨
생존율 높아도 생산성 떨어져
(2) 정부가 찍어주는 韓, 시장이 제안하는 獨
獨 '연구개발 메카' NRW州 산·학·연 클러스터 가보니
獨, 산·학·연 클러스터 통해
공통 기반기술 개발 후 공유
기술사업화는 개별 기업의 몫
170개 기업·대학·연구소 모인
독일 간판 클러스터 '이츠오울'
전기차 등 33건 프로젝트 진행
韓, 개별기업에 R&D과제 맡겨
생존율 높아도 생산성 떨어져
‘중소기업 지원 예산의 상당 부분은 복지예산에 가깝다’는 말이 있다. 지원금이 기술혁신보다 생존자금으로 쓰이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보고서에서 “과도한 정부 지원을 받는 한국 중소기업들은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래서 생산성은 낮고, 생존율은 높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독일의 연구개발(R&D) 지원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라고 주문했다. 핵심은 ‘기업과 시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에 대한 집중적 지원’이다. 이를 통해 투입된 세금이 기업 성장, 고용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국내에서는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지원(TIPS)이 성공적 모델로 평가받는다.
벨기에와 맞닿은 독일 서부 국경도시 아헨에 있는 아헨공대. 커다란 캠퍼스 부지에는 건물 수십 개가 드문드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곳에 재학 중인 대학생만 4만여 명. 이 지역을 ‘독일 연구개발(R&D)의 심장’으로 부르게 한 재원들이다. 아헨공대 안에만 산학협력을 위한 연구소 260개가 있다. 안내를 맡은 아헨공대 직원은 “캠퍼스 주변엔 프라운호퍼레이저연구소, 프라운호퍼생산기술연구소, 율리히연구소 등이 있으며 모두 아헨공대의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생명공학과 뇌과학을 연구하는 율리히연구소에는 직원 5000여 명 중 과학자만 1800여 명이다. 아헨은 대학을 중심으로 거대한 산·학·연 R&D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민간 주도로 과제 선정
이 클러스터는 중소기업의 나라로 불리는 독일의 상징과도 비슷하다. 중소기업들은 대학 연구소와 함께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독일에는 ‘중소기업의 정의’가 없다.
독일 중소기업을 뜻하는 ‘미텔슈탄트’는 인력이 500명을 넘지 않고 매출이 5000만유로 미만인 기업을 말하지만 이 용어는 본에 있는 중소기업연구소가 만든 개념일 뿐이다. 중소기업을 정의하지 않는다는 것은 개별 기업을 지원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의 R&D 지원 시스템의 핵심은 철저한 ‘상향식(bottom-up)’이다. 정부가 과제를 선정하는 하향식(top-down)과 반대다. 주도는 민간이 한다. 기업과 연구소가 협력해 ‘공통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나서면 정부가 지원한다. 핵심 역할은 독일산업연구조합연합회(AiF)가 담당한다.
김광희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AiF는 5만여 개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100여 개 산업연구조합(IGF)과 1250여 개 협약연구기관으로 구성돼 있다”며 “중소기업들이 이 조합을 통해 AiF에 기술 개발을 제안하면 AiF가 제안서를 평가한 뒤 연방경제기술부에 지원금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R&D 과제는 특정 기업에 일방적으로 유리하지 않은 공통 기반기술이다. 이를 ‘경쟁 전 단계 기술’이라고도 한다. 상용화 기술은 개별 기업이 공통 기반기술을 토대로 스스로 노력해서 개발하라는 의미다. 개발된 기술은 참여 기업이 공유하며 제품화하는 것은 개별 기업의 몫이다.
◆산·학·연 지역 클러스터 활성화
‘라인강의 기적’ 중심지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연방주는 여전히 세계적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 경쟁력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연방주 정부의 지역 클러스터 지원이다. 클러스터는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의 집합체를 말한다.
이곳에는 클러스터가 바이오 화학 의료 등 16개나 된다. 이 클러스터에서는 아헨공대를 비롯한 공과대학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NRW 리페에는 가전업체 밀레와 같은 기업과 빌레펠트대 프라운호퍼연구소 등이 밀집해 있다. 기업 연구소 대학 등 170여 곳이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클러스터 ‘이츠오울(It’s OWL)’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연구하기 힘든 지능형 센서, 자동화 부품, 지능형 전력망(스마트 그리드) 등에 집중하고 있다. 이츠오울은 2016년까지 총 73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해 중소기업에 기술을 이전했다. 몇 년 새 집중하는 것은 바이오헬스 분야다.
칼 우베 뷔토프 NRW연방주 차관보는 “바이오·의료·보건산업은 시장 규모도 크지만 NRW주에서만 6만1000개 기업에서 114만 명이 일하는 등 핵심적인 일자리 창출 분야”라며 “산·학·연 등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통 기술을 개발할 경우 주정부가 지원해 전체적인 기술 수준을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헨(독일)=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벨기에와 맞닿은 독일 서부 국경도시 아헨에 있는 아헨공대. 커다란 캠퍼스 부지에는 건물 수십 개가 드문드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곳에 재학 중인 대학생만 4만여 명. 이 지역을 ‘독일 연구개발(R&D)의 심장’으로 부르게 한 재원들이다. 아헨공대 안에만 산학협력을 위한 연구소 260개가 있다. 안내를 맡은 아헨공대 직원은 “캠퍼스 주변엔 프라운호퍼레이저연구소, 프라운호퍼생산기술연구소, 율리히연구소 등이 있으며 모두 아헨공대의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생명공학과 뇌과학을 연구하는 율리히연구소에는 직원 5000여 명 중 과학자만 1800여 명이다. 아헨은 대학을 중심으로 거대한 산·학·연 R&D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민간 주도로 과제 선정
이 클러스터는 중소기업의 나라로 불리는 독일의 상징과도 비슷하다. 중소기업들은 대학 연구소와 함께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독일에는 ‘중소기업의 정의’가 없다.
독일 중소기업을 뜻하는 ‘미텔슈탄트’는 인력이 500명을 넘지 않고 매출이 5000만유로 미만인 기업을 말하지만 이 용어는 본에 있는 중소기업연구소가 만든 개념일 뿐이다. 중소기업을 정의하지 않는다는 것은 개별 기업을 지원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의 R&D 지원 시스템의 핵심은 철저한 ‘상향식(bottom-up)’이다. 정부가 과제를 선정하는 하향식(top-down)과 반대다. 주도는 민간이 한다. 기업과 연구소가 협력해 ‘공통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나서면 정부가 지원한다. 핵심 역할은 독일산업연구조합연합회(AiF)가 담당한다.
김광희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AiF는 5만여 개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100여 개 산업연구조합(IGF)과 1250여 개 협약연구기관으로 구성돼 있다”며 “중소기업들이 이 조합을 통해 AiF에 기술 개발을 제안하면 AiF가 제안서를 평가한 뒤 연방경제기술부에 지원금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R&D 과제는 특정 기업에 일방적으로 유리하지 않은 공통 기반기술이다. 이를 ‘경쟁 전 단계 기술’이라고도 한다. 상용화 기술은 개별 기업이 공통 기반기술을 토대로 스스로 노력해서 개발하라는 의미다. 개발된 기술은 참여 기업이 공유하며 제품화하는 것은 개별 기업의 몫이다.
◆산·학·연 지역 클러스터 활성화
‘라인강의 기적’ 중심지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연방주는 여전히 세계적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 경쟁력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연방주 정부의 지역 클러스터 지원이다. 클러스터는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의 집합체를 말한다.
이곳에는 클러스터가 바이오 화학 의료 등 16개나 된다. 이 클러스터에서는 아헨공대를 비롯한 공과대학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NRW 리페에는 가전업체 밀레와 같은 기업과 빌레펠트대 프라운호퍼연구소 등이 밀집해 있다. 기업 연구소 대학 등 170여 곳이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클러스터 ‘이츠오울(It’s OWL)’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연구하기 힘든 지능형 센서, 자동화 부품, 지능형 전력망(스마트 그리드) 등에 집중하고 있다. 이츠오울은 2016년까지 총 73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해 중소기업에 기술을 이전했다. 몇 년 새 집중하는 것은 바이오헬스 분야다.
칼 우베 뷔토프 NRW연방주 차관보는 “바이오·의료·보건산업은 시장 규모도 크지만 NRW주에서만 6만1000개 기업에서 114만 명이 일하는 등 핵심적인 일자리 창출 분야”라며 “산·학·연 등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통 기술을 개발할 경우 주정부가 지원해 전체적인 기술 수준을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헨(독일)=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