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는 이유를 콕 집어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은 세계 최대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증거다.

많은 신흥국이 그 효과를 함께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치에 맞지 않는 구석이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서도 “미국의 무역제재가 중국의 첨단산업 역량 강화 노력을 가속화해 증시에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 증시 내부에서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시가총액 1, 2위 종목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부진도 그중 하나다. 반도체업황 둔화 우려가 부진 요인으로 첫손에 꼽힌다.

하지만 이들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률(삼성전자)과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SK하이닉스)는 각각 30.2%, 53.5%에 달한다. 세계적으로 수익성이 이렇게 좋은 제조기업은 많지 않다. 대외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조정폭이 과하다는 분석이 많다.

본질적 가치와 상관없이 자산가격이 움직이는 현상을 “내재(內在)한 가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알 수 없는 이유로 가격이 정해진 뒤 그 값어치가 합당한 이유를 사후(事後)에 찾아내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최근 직원들에게 “답을 정해놓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투자는 익숙한 것과의 이별”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측면이 있다.

증권사 일선 프라이빗뱅커(PB)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기업의 가치는 시장 변화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성향이 짙다. 안정적인 시장환경에서는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 많은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과 같이 몇 년에 한 번 나타나는 ‘공포장’에서는 약점을 드러낸다. “수급이 시장을 결정하기 때문에 좋은 기업을 찾아내려는 노력 자체가 의미 없다는 염세주의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는 게 PB들의 설명이다.

요즘 시장에선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개미’들이 많이 찾는 재테크 커뮤니티엔 “어차피 수급이 가격을 결정짓는데 저평가 우량주를 찾는 데 에너지를 쏟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는 등의 글이 넘쳐나고 있다. 이런 투자자들에게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조언이 분야는 다르지만 도움이 될 듯하다. “10~20년 뒤에도 변하지 않을 두세 가지 ‘빅 아이디어’를 잘 포착해 강력한 실행력으로 이를 현실화시켜야 한다. 이런 아이디어들은 주변의 방해로 항상 유념하기가 어려운데, 그럴 때는 한 걸음 물러서서 그 아이디어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떠올려야 한다.”

어려운 시기에 절망에 빠진 투자자라면 항상 되새겨야 할 빅 아이디어들을 꼽아보자.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올리려면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 잘 안 알려진 우량기업을 찾아내 싼값에 투자하는 것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벤저민 그레이엄, 존 템플턴, 워런 버핏, 피터 린치와 같은 ‘영웅’들이 추구하는 변하지 않을 가치들이다.

베이조스 CEO가 말했듯 시장을 이길 빅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것들에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투입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란 믿음을 지켜나가는 게 어렵지만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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