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대졸 공채에 나선 주요 기업들은 자기소개서 기재 항목을 통해 ‘지원자의 직무 역량’을 꼼꼼히 물었다. 준비된 지원자를 뽑겠다는 의도다. 지난달 초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상담하고 있다.  /한경DB
올 하반기 대졸 공채에 나선 주요 기업들은 자기소개서 기재 항목을 통해 ‘지원자의 직무 역량’을 꼼꼼히 물었다. 준비된 지원자를 뽑겠다는 의도다. 지난달 초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상담하고 있다. /한경DB
“프로그램 개발, 알고리즘 풀이 등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경험과 그 문제를 해결한 방안을 기술해주세요.”(삼성전자 SW개발직무)

“tvN 프로그램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정해 개선·발전 방안을 작성해주세요.”(CJ ENM 제작PD직군)

올 하반기 주요 기업들은 ‘깐깐한’ 자기소개서 항목을 통해 지원자의 입사 능력을 평가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대졸 신입사원 공채(3급) 자기소개서 항목에 △지원 이유 △성장 과정 △사회 이슈 외에 지원직무에 관한 질문을 추가했다. 현대자동차는 자기소개서에 자신이 활동한 내용을 작성한 포트폴리오를 첨부하도록 했다. 입사지원자들이 흔히 하는 ‘복사해서 붙여넣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자기소개서 항목이 까다로워지면서 ‘묻지마 지원’이 감소하고 ‘진짜 지원’이 늘었다는 평가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올 하반기 지원자가 지난해보다 다소 줄었지만, 자기소개서를 통해 본 지원자들의 입사 의지와 역량은 훨씬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올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을 뽑는 기업 50개사의 자기소개서 항목을 분석했다.

◆역량·소통·서비스 마인드 질문

기업들은 지원자의 역량을 묻는 데 집중했다. LG전자는 지원 직무와 관련한 강점·보완점과 미래 계획을 서술토록 했다. 게임기업 넷마블은 인공지능(AI)분야 지원자에게 ‘AI 수업과목, 연구분야가 무엇인지’와 ‘게임산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질문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원 분야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설명하고 자신이 지원 분야에 적합한 이유를 증명하라’고 요구했다. CGV는 ‘지원 직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어떤 노력과 도전을 했는지 작성하라’고 했다. 한화방산은 ‘회사에 대해 알고 있는 것 중 가장 관심있는 것 하나를 기술하라’고 주문했다.

은행과 유통업은 서비스 마인드와 소통 능력을 묻는 질문이 많았다. 국민은행은 ‘최고의 고객 서비스가 무엇인지’와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성공적으로 협업했던 경험’에 대해 물었다. 우리은행은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지지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는지’, 기업은행은 ‘가족·친구·선후배를 대상으로 인간미를 발휘해 감동을 준 경험이 있는지’ 확인했다. GS리테일은 △누군가에게 기대 이상의 만족을 준 경험 △남들이 꺼리는 일을 자발적으로 수행한 경험 △불리함을 감수하고 정직함을 지켜본 경험 등을 물어 유통업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검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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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와 지원자 재치 묻기도

막힌 시장을 뚫기 위한 아이디어를 지원자들에게 구한 기업도 많았다. KEB하나은행은 ‘4차 산업혁명 속 금융환경’에 대해, 기아차는 ‘미래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물었다. 농심은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이미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지원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아름다움이 왜 필요한지’, 롯데월드는 ‘글로벌 테마파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신한은행도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발상의 전환으로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을 질문해 지원자가 포화 상태의 국내시장을 돌파할 역량이 있는지 검증했다. 신한카드는 ‘고객에게 어떤 회사가 돼야 하는지’ 물었다.

대한항공은 ‘조직 내 리더와 참모의 역할이 무엇인지’와 ‘기존 관행을 개선했던 경험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넷마블은 ‘당신이 사장이라면 어떤 게임과 사업을 추진하고 싶은지’ 물었다.

밀레니얼 세대 지원자의 관심 영역과 재치를 보려는 자기소개서 항목도 눈에 띄었다. 우아한형제들은 ‘시·소설·노래로 자신을 소개해 보라’는 질문을 1번 항목으로 제시했다. 제일기획은 ‘영화·소설·드라마·광고 등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구성해 볼 것’을 요구했다. CJ ENM은 영화마케팅 직무 지원자에게 ‘최근 1년간 본 영화 중 자신이 마케팅하고 싶은 작품과 어떻게 홍보마케팅을 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노션은 ‘푸드트럭 판매전략을 짜 보라’는 과제를 냈다. 국민카드는 ‘카드업 이슈, 상품서비스, 트렌드 등을 고려해 직무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라’고 요구했다. 이랜드는 ‘즐겨 찾는 인터넷 사이트’와 ‘후배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3권’을 자기소개서를 통해 물었다. 이 밖에 조사 기업들은 여전히 △입사 동기 △직무 역량 △입사 후 포부를 묻는 질문을 가장 많이 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