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 표본 적고, 오염 가능성도 제기
미세플라스틱 인체유입 연구 "하자 많아 결론 일러"
오스트리아 과학자들이 사람의 대변에서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발견해 미세플라스틱의 첫 인체유입 사례로 발표됐지만, 전문가들은 신뢰할만한 결론을 도출하기에는 표본이 너무 적고, 이르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오스트리아 환경청과 빈 의과대학 연구원들은 23일 의회에서 시험적 연구결과를 보고하면서 유럽과 러시아, 일본의 자원자 8명에게서 채취한 대변에서 9종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의 유입경로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조사 대상자들이 쓴 일기에는 대변 샘플 채취 전 일주일간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음식을 먹고 플라스틱병에 담긴 음료를 마신 것으로 돼 있다.

또 6명은 생선도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5㎜ 이하로 정의돼 있으며, 먹는 샘물과 동물, 식품 등에서 이미 발견된 바 있다.

아직 인체에 대한 위험을 입증하는 연구가 나온 것은 아니나 플라스틱 쓰레기가 도처에 널려있다 보니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우려도 점증하는 상황이다.

독일 녹색당의 로베르트 하벡 대표는 이번 연구가 "추가적인 경고"라며 화장품의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고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도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람의 대변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며, 이번 연구에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 생물학과의 환경 독물학자인 마틴 와그너 부교수는 "(연구에 이용된) 표본이 적고 대표성도 없다"고 했다.
미세플라스틱 인체유입 연구 "하자 많아 결론 일러"
그는 이번 연구결과가 동료 과학자에 의해 객관적으로 검토되지 않았으며, 논문 저자도 샘플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취한 조치들에 관해 밝히지 않았다는 점 등을 문제로 들면서 "최악의 경우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이 모두 연구소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플라스틱과 기타 합성물질이 인체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와그너 박사는 미세플라스틱이 대장에서 검출됐다고 해도 이것이 인체에 유입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인간이 섭취하는 다른 물질과 달리 미세플라스틱은 대장의 세포가 흡수하기에는 너무 커 단순히 대장을 통과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호주 뉴사우스 웨일스 대학의 미세플라스틱 전문가인 마크 브라운 박사도 이번 연구가 중요한 세부사항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샘플) 오염에 대한 허술한 관찰이 과학적 방법에 도달하지 못해 내 짧은 소견으로는 (이번 연구결과가)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를 넓히거나 미세플라스틱을 관리해 나가는 데 있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와 관련, 오스트리아 연구팀도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을 평가하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수개월 내에 동료 과학자들의 객관적인 검증을 위해 세부 연구결과를 제출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