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변수'와 미-터키-사우디-러시아 관계 앞날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동지와 적이 따로 없는 애증·줄타기 외교 전개
터키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피살된 사건이 각국 외교 관계에 흥미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미국이 전통 우방인 사우디에 제재를 가하는가 하면, 냉랭한 관계였던 미국과 터키는 사건 해결을 위해 협조적으로 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인권을 주요한 외교 관계의 근간으로 내세우는 미국이 사우디와 소원해지는 듯한 틈을 타 러시아는 사우디에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 러시아, 이란과 친하지만 "사우디와 관계 왜 망쳐야 하나"
사우디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이 주목을 끈다.
23일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행사에서 JP모건, 스탠다드차타드, 포드 등 미국 주요 기업들과 뉴욕타임스, CNN 등 주요 언론이 대거 불참했으나 러시아는 거물급 기업 대표단을 결성해 참가했다.
미국 기업들은 카슈끄지의 피살이 사우디 당국의 발표대로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사우디 왕실이 개입된 계획된 범행이라는 터키 당국의 주장에 무게를 두는듯하다.
사우디 국영 아랍뉴스는 "서방의 여러 경영인이 카슈끄지 피살 사건 이후 불참했지만, 러시아와 중국에서 대규모 투자 협력을 타진해왔다"고 보도했다.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핵심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러시아 대표단을 따로 만났다고 한다.
앞서 지난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모르면서 사우디와 관계를 왜 망쳐야 하느냐"며 사우디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고, 크렘린 궁은 사건에 왕실이 무관하다는 사우디 공식 발표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시리아 내전 등을 포함해 중동에서 사우디와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는 이란과 전략적 협력자인 러시아는 사우디와 이란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펼치는 셈이다.
사우디가 인권 문제에 무관심한 러시아를 지지대로 삼아 서방의 인권 공세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 미국-사우디 관계, 감시당하나
맹방인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카슈끄지 사건 이후 마치 국제사회로부터 감시를 당하고 있는듯한 형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미국 무기를 구입하는 사우디 정부의 무함마드 왕세자와 절친한 친구이지만 카슈끄지 사건에 왕실 고위층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점점 짙어지고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도 거세지면서 이를 외면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연루된 사우디 정부 관리 21명의 비자 취소 조치를 했다고 밝히고 "처벌은 마지막 말(조치)이 아닐 것"이라며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그러나 카슈끄지 사건에 대해 트럼프가 이날 "대실패, 최악의 은폐"라고 지적한 것은, 범죄 행위 자체의 선악 판단이 아니라 마치 '일 처리를 제대로 못 했다'는 뉘앙스로 비쳐 사우디에 대한 애정이 깔린 것처럼 보여진다.
현재 카슈끄지 사건에 관련이 없다는 사우디 왕실의 해명에 동조하는 쪽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쿠웨이트 등 이슬람 아랍권 국가, 러시아 정도다.
유엔을 포함한 유럽국가들은 의심의 눈길을 보내면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일제히 촉구하고 있다. ◇ 미국-터키, 애증의 관계로 발전
미국과 터키는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감정이 좋지 않은 사이였다.
그러나 카슈끄지 실종에 대한 파문이 확산하고 있던 지난 12일 터키에서 2년간 감금됐던 앤드루 브런슨 목사가 석방된 뒤 해빙 무드가 진전됐다.
13일 열린 브런슨 목사 백악관 환영행사에서 트럼프는 '조건없는 '석방'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터키에 대해 어제와는 다르게 느낀다.
우리가 터키에 한층 가까워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같은 날 트위터에 "터키 사법부 결정이 독립적으로 이뤄졌다"며 "미국과 터키가 우리 두 동맹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협력을 계속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브런슨 목사의 석방에 미국과 터키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 그의 석방이 카슈끄지 사건이 발생한 시점과 겹친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미국 일부 언론들은 의문을 표시했으나 답은 나오지 않았다.
브런슨 목사의 석방에 따른 후속 조치와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 정부가 터키에 부과했던 제재를 곧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지난 17일 AFP 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지나 해스펠 국장은 22일 카슈끄지 사건과 관련해 터키를 방문, 트럼프에게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터키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피살된 사건이 각국 외교 관계에 흥미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미국이 전통 우방인 사우디에 제재를 가하는가 하면, 냉랭한 관계였던 미국과 터키는 사건 해결을 위해 협조적으로 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인권을 주요한 외교 관계의 근간으로 내세우는 미국이 사우디와 소원해지는 듯한 틈을 타 러시아는 사우디에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 러시아, 이란과 친하지만 "사우디와 관계 왜 망쳐야 하나"
사우디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이 주목을 끈다.
23일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행사에서 JP모건, 스탠다드차타드, 포드 등 미국 주요 기업들과 뉴욕타임스, CNN 등 주요 언론이 대거 불참했으나 러시아는 거물급 기업 대표단을 결성해 참가했다.
미국 기업들은 카슈끄지의 피살이 사우디 당국의 발표대로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사우디 왕실이 개입된 계획된 범행이라는 터키 당국의 주장에 무게를 두는듯하다.
사우디 국영 아랍뉴스는 "서방의 여러 경영인이 카슈끄지 피살 사건 이후 불참했지만, 러시아와 중국에서 대규모 투자 협력을 타진해왔다"고 보도했다.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핵심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러시아 대표단을 따로 만났다고 한다.
앞서 지난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모르면서 사우디와 관계를 왜 망쳐야 하느냐"며 사우디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고, 크렘린 궁은 사건에 왕실이 무관하다는 사우디 공식 발표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시리아 내전 등을 포함해 중동에서 사우디와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는 이란과 전략적 협력자인 러시아는 사우디와 이란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펼치는 셈이다.
사우디가 인권 문제에 무관심한 러시아를 지지대로 삼아 서방의 인권 공세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 미국-사우디 관계, 감시당하나
맹방인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카슈끄지 사건 이후 마치 국제사회로부터 감시를 당하고 있는듯한 형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미국 무기를 구입하는 사우디 정부의 무함마드 왕세자와 절친한 친구이지만 카슈끄지 사건에 왕실 고위층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점점 짙어지고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도 거세지면서 이를 외면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연루된 사우디 정부 관리 21명의 비자 취소 조치를 했다고 밝히고 "처벌은 마지막 말(조치)이 아닐 것"이라며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그러나 카슈끄지 사건에 대해 트럼프가 이날 "대실패, 최악의 은폐"라고 지적한 것은, 범죄 행위 자체의 선악 판단이 아니라 마치 '일 처리를 제대로 못 했다'는 뉘앙스로 비쳐 사우디에 대한 애정이 깔린 것처럼 보여진다.
현재 카슈끄지 사건에 관련이 없다는 사우디 왕실의 해명에 동조하는 쪽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쿠웨이트 등 이슬람 아랍권 국가, 러시아 정도다.
유엔을 포함한 유럽국가들은 의심의 눈길을 보내면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일제히 촉구하고 있다. ◇ 미국-터키, 애증의 관계로 발전
미국과 터키는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감정이 좋지 않은 사이였다.
그러나 카슈끄지 실종에 대한 파문이 확산하고 있던 지난 12일 터키에서 2년간 감금됐던 앤드루 브런슨 목사가 석방된 뒤 해빙 무드가 진전됐다.
13일 열린 브런슨 목사 백악관 환영행사에서 트럼프는 '조건없는 '석방'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터키에 대해 어제와는 다르게 느낀다.
우리가 터키에 한층 가까워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같은 날 트위터에 "터키 사법부 결정이 독립적으로 이뤄졌다"며 "미국과 터키가 우리 두 동맹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협력을 계속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브런슨 목사의 석방에 미국과 터키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 그의 석방이 카슈끄지 사건이 발생한 시점과 겹친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미국 일부 언론들은 의문을 표시했으나 답은 나오지 않았다.
브런슨 목사의 석방에 따른 후속 조치와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 정부가 터키에 부과했던 제재를 곧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지난 17일 AFP 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지나 해스펠 국장은 22일 카슈끄지 사건과 관련해 터키를 방문, 트럼프에게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