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관세·중국부진 탓 비용급증·이익둔화·주가하락
미중 무역전쟁에 미국 제조업계 '앓는 소리' 커진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전쟁의 불똥이 미국 제조업체들에 튀기 시작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체들이 3분기에 고전하면서 이익도 축소됐다.

시장정보업체 레피니티브의 집계를 보면 미국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에 포함된 미국 기업의 3분기 이익 규모는 1분기의 절반에 그쳤다.

이들 기업의 1분기 이익 증가율은 26.6%였으나 3분기에는 현재 22.1% 정도로 둔화했다.

수익 저하 전망과 함께 주요 제조업체 주가는 이날 캐터필러가 7.6%, 3M이 4.4%, 할리데이비슨이 2.2% 떨어지는 등 급락했다.

이에 따라 감세와 높은 소비심리로 뒷받침되는 미국 제조업 1년 호황이 변곡점을 맞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오펜하이머펀드의 주식전략가인 탤리 레저는 "무역긴장이 증시의 펀더멘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생산비용 증가, 달러 강세, 중국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전쟁은 고율관세로 생산비용을 늘리고 중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으며 달러 강세를 유도하는 요인으로 거론돼왔다.

중장비 제조업체인 캐터필러는 미국의 철강 관세로 인한 3분기 비용이 4천만 달러(약 454억원)였다고 밝혔다.

자동차업체인 포드는 지난달 철강 관세로 이익 중 10억 달러(약 1조1천336억원)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사무, 의료용품 등을 만드는 3M은 생산비 증가, 중국의 경기 부진 탓에 매출이 줄고 이익 전망치도 하향조정됐다.

3M은 관세로 인해 비용이 올해 2천만 달러(약 227억원), 내년에 1억 달러(약 1천134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할리데이비슨은 달러 강세 때문에 수출에서 이익이 깎여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냉난방 시스템 제조업체인 레넉스는 고율 관세에 따른 생산비용을 줄이려고 공장을 중국에서 동남아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투자 리서치 기관인 CFRA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샘 스토벌은 "무역긴장이 실제로 기업이익을 압박하고 있다"며 "기업이익 증가세가 정점을 지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년 세계 경제가 성장하겠지만 일부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의 경기는 정점을 찍고 하강 국면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