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 낮추려고 경쟁업체에 기술 넘겨…기술탈취론 역대 최대 과징금
공정위 기술유용 근절대책 발표 후 두 번째 제재…"3배 손배소도 지원"


전동 물걸레청소기 업체 아너스와 대표이사 등이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빼돌려 경쟁업체에 넘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는 한편, 피해업체가 손해액의 3배 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할 때 적극 협조할 방침이다.
하도급업체 기술 뺏은 아너스 검찰고발·과징금 5억원
공정위는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아너스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임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아너스는 가전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사업자로, 2016년 매출액은 323억원이다.

2012년 출시한 '듀얼회전 물걸레청소기'는 작년까지 약 110만개가 판매됐다.

아너스는 2016년 11월∼작년 6월 A 하도급업체의 전자회로도 등 기술자료 18건을 정당한 사유 없이 요구하고서, 이 가운데 7건을 A 업체의 경쟁사 8곳에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아너스는 청소기 전원제어장치를 납품하는 A 업체가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A 업체의 기술을 다른 업체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쟁업체 6곳은 이 기술자료를 토대로 아너스에 유사부품 견적서를 제출했고, 1곳은 부품 샘플까지 제공했다.

경쟁업체들은 부품 구동 프로그램 개발 비용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원가를 더 낮게 산정할 수 있었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아너스는 경쟁사가 제시한 원가를 갖고 A 업체를 압박했고, A 업체는 세 차례에 걸쳐 납품단가를 총 20% 인하했다.

영업이익률이 2%대에 불과했던 A 업체는 작년 8월 영업 손실을 우려해 납품을 중단했고, 결국 작년에 적자(영업이익률 -8.5%)로 전환하는 등 경영상황이 크게 악화했다.

같은 기간 아너스는 20%에 달하는 이익률을 누렸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하도급업체 기술 뺏은 아너스 검찰고발·과징금 5억원
아너스는 조사 과정에서 A 업체에 기술자료를 요구한 목적이 가격 적정성 검토와 제품 검수라고 주장했으나 공정위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납품단가 인하 근거자료로 기술자료를 요구한 것은 그 자체로 정당하지 않고, 검수 과정에서 기술자료를 활용했다는 점은 아너스가 입증하지 못했다.

공정위는 아너스 대표이사를 포함해 이번 일에 관여한 임원 3명과 회사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또 법 위반 금액을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법률상 부과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인 정액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

기술유용 사건에 부과한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이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작년 9월 기술유용 근절대책을 발표하고서 11월 기술유용사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한 뒤 두번째로 적발된 사례다.

공정위는 앞서 7월에 두산인프라코어 기술유용행위를 적발했다.

통상 기술유용 사건은 신고 후 처리까지 약 20개월이 소요되지만, 3월 접수된 아너스 사건은 7개월 만에 완료됐다.

전담 TF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심사자문위원회 발족으로 가능했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는 TF 인원을 확충해 정식부서로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는 A 업체가 기술유용에 따른 손해와 관련해 3배 배상 민사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사실관계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법원에 제공하는 등 적극 협조할 방침이다.

만약 3배 배상 판결이 확정되면 하도급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적용되는 첫 판례가 된다.

공정위는 향후 기술유용 방지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공정위는 또 기술유용 사업자 배상 책임 범위를 현행 손해액의 3배에서 10배까지 높이기 위한 법 개정을 올해 정기국회에서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18일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으로 정액과징금 상한도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성경제 공정위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은 "하도급업체의 원가 정보 등 경영상 정보는 납품단가 인하에 직접 사용될 소지가 크며, 하도급업체 입장에서는 원사업자의 제공 요구에 거절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경영상 정보 제공 요구행위에 관한 법 위반 여부를 내년 상반기부터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