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서울지식재산센터] #14 기술보호지원단의 지식재산이야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트로이의 목마
막강한 전사 아킬레스를 앞세운 그리스 연합군이 트로이를 침공하였으나 난공불락의 요새를 함락시키지 못하고 고전하였다. 그러던 중 마침내 성 내부로 침투할 수 있는 묘안을 꽤하였으니, 이것이 이른바 ‘트로이의 목마’ 전략이다. 트로이의 성벽은 철벽같이 단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목마 내부에 숨어있던 그리스병사들이 성 안으로 진입한 뒤 성문을 여는 것을 막지 못했고, 트로이는 결국 함락되고 말았다.
영화 ‘트로이’의 한 장면이다. 그 자체로 재미있는 영화이지만, 기업이라면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므로 그저 웃어넘길 것은 아닌데, 그 메시지는 바로 그리스 연합군의 파상공세에도 끄떡없던 트로이의 성이 함락되었던 이유가 성 내부로부터 공격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에 관하여도 이와 동일한 양상이 발생할 수 있다. 기업의 경영자는 외부로부터 이루어진 영업비밀 침해시도의 위험성에 대하여 비교적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기업 내부에서 이루어진 영업비밀 침해시도의 위험성에 대하여는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변호사로서 영업비밀 침해 관련 분쟁을 처리하다보면, 기업내부에서 이루어진 영업비밀 침해시도는 외부에서 이루어진 경우보다 더 은밀하고, 조직적이며 때로는 기업의 존폐를 가를 정도로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았다. 부디 동일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기업 내부에서 이루어진 영업비밀 침해사례와 이에 대한 대응방안에 관한 의견을 간략히 남기고자 한다.
1. 기술유출
기업의 핵심기술은 기업생존의 시작이자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어느 기업이든 본인의 영업비밀이 경쟁업체에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아닌가. 다만, 기업은 외부경쟁업체에 의하여 영업비밀이 유출되는 경우보다 내부 직원에 의하여 영업비밀이 유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영업비밀 유출에 관한 분쟁을 처리하다보면, 영화 ‘미션임파서블’과 같이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스파이가 기업 전산실에 침투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오히려 기업 내 업무담당자가 업무시간 중(때로는 점심시간에) 핵심 연구자료를 USB 메모리에 저장한 뒤 유유히 퇴근하여 기술을 유출시키는 경우가 더 많았다. 기술을 유출하는 수단으로는 USB 메모리, 클라우드 저장소, 모바일 전송, 출력물 유출 등 다양한 방법이 이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내부자에 의한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해당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직원의 명단을 정확하게 관리하고, 로그인 기록 및 데이터 전송 기록 등을 구체적으로 남겨야 하며, 핵심정보에 관하여는 회사 외부에서 접속을 하지 못하도록 설정해두는 것이 좋다. 과거 회사 외부에서 특정 직원의 아이디로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했던 기록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접속 IP만으로는 구체적으로 누가 접속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기에 결국 해당 직원에게 법적책임을 묻지 못했던 사례가 있으므로 참고할 만하다.
2. 경업(競業)
기업 내부에서 잠재적 경쟁업체가 싹을 틔우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중개무역을 실시하는 기업의 경우 거래처 정보, 유통망 정보, 판매가격 및 원가정보 등은 비즈니스 경쟁력의 핵심적 요소로서, 만일 이러한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어 이를 이용하는 경쟁업체가 발생한다면 기업의 생존에 적지 않은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해당 기업의 영업팀장이 거래처 정보, 판매가격 및 원가정보가 상세히 기재되어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유출시킨 후 퇴사하여 동일한 사업구조의 중개무역업체를 설립한다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 지 자명하다. 실제로 상당수의 기업이 이와 같은 경업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데, 심지어 어떤 직원은 회사 재직 중 퇴사 후 자신이 운영할 법인을 설립하고 상가건물 임대차계약, 직원 고용계약까지 체결하여 모든 준비를 마친 후, 기업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직금까지 받은 후 경쟁업체를 운영한 사례도 있었다.
이와 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핵심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직원들에게는 별도의 영업비밀약정서 및 경업금지약정서에 날인하도록 함으로써, 회사 재직 중 및 재직 후 일정 기간 내에는 경업준비를 하거나 경업을 실시할 수 없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다만, 법원은 경업금지기간에 관하여 해당 직원의 직급, 급여수준, 산업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만 효력을 인정하므로, 과도한 경업금지기간을 설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3. 내부고발
내부고발의 위험은 어떠한가? 비록 이와 같은 행위가 위법하다는 것은 다툼의 여지가 없겠지만, 일부 기업은 이른바 ‘유령회사’를 설립하는 방법으로 돈세탁(money laundering)을 하여 다양한 목적의 비자금을 조성하기도 하며,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대표이사의 배우자, 형제자매 등을 직원으로 등록한 뒤 여러 명의 이름으로 급여를 수령함으로써 조세탈루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업의 경우 해당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특정 직원에게만 업무를 맡기는 등 비밀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만일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이 이를 빌미로 기업에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요구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이를테면 기업 내에서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던 재무팀 직원이 위법행위에 대한 고발을 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급여인상을 요구하거나, 법인차량 제공을 요구하거나 또는 징계대상에서 배제해줄 것을 요구하는 등의 경우, 기업의 경영자는 적절한 대응방법을 찾기 어렵다. 어떤 재무팀 직원은 기업내부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판단함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함과 동시에 유령회사에 관한 정보를 포함한 기업재무정보를 모두 삭제해버린 후 잠적해 버린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준법경영을 해야 한다는 점에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미 현행법을 위반하여 경영을 하였다면, 사후적으로라도 위법의 요소를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며, 기업내부의 결속이 무너지지 않도록 항상 소속 직원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하여야 할 것이다. 다양한 내부고발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건의 경위를 살펴보면 항상 빠지지 않고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대표자가 직원들에게 모욕적 언사를 반복해왔다는 점이다. 손자병법에 따르면 용장(勇將)보다는 지장(智將)이요, 지장보다는 덕장(德將)이라 하였으니, 무릇 조직을 이끄는 자는 덕(德)을 잃어서는 안된다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권을 가진 대표자는 오히려 덕을 잃고 소속 직원들의 인격을 무시한 채 도구적 존재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표자 스스로 기업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위험요소를 키워가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내부고발에 의한 위험은 다른 위험요소에 비하여 은밀하고 조직적이며 매우 치명적이므로,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이른바 ‘트로이의 목마’로 작용할 수 있는 것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기업의 운영기간이 경과할수록 지켜야 할 영업비밀은 많아지고, 기업의 조직이 커질수록 등잔 밑은 어두워진다. 그렇다면 외부의 공격에 대하여 준비하는 만큼 내부의 공격에도 준비해야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섣불리 성안으로 목마를 들여놓았다가 함락되어 역사의 그늘 속으로 사라진 또 하나의 ‘트로이’가 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글= 법무법인 다우 정현석 변호사
정리= 경규민 한경닷컴 기자 gyumin@hankyung.com
영화 ‘트로이’의 한 장면이다. 그 자체로 재미있는 영화이지만, 기업이라면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므로 그저 웃어넘길 것은 아닌데, 그 메시지는 바로 그리스 연합군의 파상공세에도 끄떡없던 트로이의 성이 함락되었던 이유가 성 내부로부터 공격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에 관하여도 이와 동일한 양상이 발생할 수 있다. 기업의 경영자는 외부로부터 이루어진 영업비밀 침해시도의 위험성에 대하여 비교적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기업 내부에서 이루어진 영업비밀 침해시도의 위험성에 대하여는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변호사로서 영업비밀 침해 관련 분쟁을 처리하다보면, 기업내부에서 이루어진 영업비밀 침해시도는 외부에서 이루어진 경우보다 더 은밀하고, 조직적이며 때로는 기업의 존폐를 가를 정도로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았다. 부디 동일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기업 내부에서 이루어진 영업비밀 침해사례와 이에 대한 대응방안에 관한 의견을 간략히 남기고자 한다.
1. 기술유출
기업의 핵심기술은 기업생존의 시작이자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어느 기업이든 본인의 영업비밀이 경쟁업체에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아닌가. 다만, 기업은 외부경쟁업체에 의하여 영업비밀이 유출되는 경우보다 내부 직원에 의하여 영업비밀이 유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영업비밀 유출에 관한 분쟁을 처리하다보면, 영화 ‘미션임파서블’과 같이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스파이가 기업 전산실에 침투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오히려 기업 내 업무담당자가 업무시간 중(때로는 점심시간에) 핵심 연구자료를 USB 메모리에 저장한 뒤 유유히 퇴근하여 기술을 유출시키는 경우가 더 많았다. 기술을 유출하는 수단으로는 USB 메모리, 클라우드 저장소, 모바일 전송, 출력물 유출 등 다양한 방법이 이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내부자에 의한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해당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직원의 명단을 정확하게 관리하고, 로그인 기록 및 데이터 전송 기록 등을 구체적으로 남겨야 하며, 핵심정보에 관하여는 회사 외부에서 접속을 하지 못하도록 설정해두는 것이 좋다. 과거 회사 외부에서 특정 직원의 아이디로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했던 기록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접속 IP만으로는 구체적으로 누가 접속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기에 결국 해당 직원에게 법적책임을 묻지 못했던 사례가 있으므로 참고할 만하다.
2. 경업(競業)
기업 내부에서 잠재적 경쟁업체가 싹을 틔우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중개무역을 실시하는 기업의 경우 거래처 정보, 유통망 정보, 판매가격 및 원가정보 등은 비즈니스 경쟁력의 핵심적 요소로서, 만일 이러한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어 이를 이용하는 경쟁업체가 발생한다면 기업의 생존에 적지 않은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해당 기업의 영업팀장이 거래처 정보, 판매가격 및 원가정보가 상세히 기재되어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유출시킨 후 퇴사하여 동일한 사업구조의 중개무역업체를 설립한다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 지 자명하다. 실제로 상당수의 기업이 이와 같은 경업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데, 심지어 어떤 직원은 회사 재직 중 퇴사 후 자신이 운영할 법인을 설립하고 상가건물 임대차계약, 직원 고용계약까지 체결하여 모든 준비를 마친 후, 기업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직금까지 받은 후 경쟁업체를 운영한 사례도 있었다.
이와 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핵심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직원들에게는 별도의 영업비밀약정서 및 경업금지약정서에 날인하도록 함으로써, 회사 재직 중 및 재직 후 일정 기간 내에는 경업준비를 하거나 경업을 실시할 수 없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다만, 법원은 경업금지기간에 관하여 해당 직원의 직급, 급여수준, 산업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만 효력을 인정하므로, 과도한 경업금지기간을 설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3. 내부고발
내부고발의 위험은 어떠한가? 비록 이와 같은 행위가 위법하다는 것은 다툼의 여지가 없겠지만, 일부 기업은 이른바 ‘유령회사’를 설립하는 방법으로 돈세탁(money laundering)을 하여 다양한 목적의 비자금을 조성하기도 하며,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대표이사의 배우자, 형제자매 등을 직원으로 등록한 뒤 여러 명의 이름으로 급여를 수령함으로써 조세탈루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업의 경우 해당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특정 직원에게만 업무를 맡기는 등 비밀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만일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이 이를 빌미로 기업에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요구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이를테면 기업 내에서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던 재무팀 직원이 위법행위에 대한 고발을 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급여인상을 요구하거나, 법인차량 제공을 요구하거나 또는 징계대상에서 배제해줄 것을 요구하는 등의 경우, 기업의 경영자는 적절한 대응방법을 찾기 어렵다. 어떤 재무팀 직원은 기업내부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판단함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함과 동시에 유령회사에 관한 정보를 포함한 기업재무정보를 모두 삭제해버린 후 잠적해 버린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준법경영을 해야 한다는 점에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미 현행법을 위반하여 경영을 하였다면, 사후적으로라도 위법의 요소를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며, 기업내부의 결속이 무너지지 않도록 항상 소속 직원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하여야 할 것이다. 다양한 내부고발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건의 경위를 살펴보면 항상 빠지지 않고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대표자가 직원들에게 모욕적 언사를 반복해왔다는 점이다. 손자병법에 따르면 용장(勇將)보다는 지장(智將)이요, 지장보다는 덕장(德將)이라 하였으니, 무릇 조직을 이끄는 자는 덕(德)을 잃어서는 안된다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권을 가진 대표자는 오히려 덕을 잃고 소속 직원들의 인격을 무시한 채 도구적 존재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표자 스스로 기업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위험요소를 키워가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내부고발에 의한 위험은 다른 위험요소에 비하여 은밀하고 조직적이며 매우 치명적이므로,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이른바 ‘트로이의 목마’로 작용할 수 있는 것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기업의 운영기간이 경과할수록 지켜야 할 영업비밀은 많아지고, 기업의 조직이 커질수록 등잔 밑은 어두워진다. 그렇다면 외부의 공격에 대하여 준비하는 만큼 내부의 공격에도 준비해야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섣불리 성안으로 목마를 들여놓았다가 함락되어 역사의 그늘 속으로 사라진 또 하나의 ‘트로이’가 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글= 법무법인 다우 정현석 변호사
정리= 경규민 한경닷컴 기자 gyu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