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중앙아시아 성균한글백일장 개최…"중앙아시아서 부는 한류열풍 느낄 수 있죠"
지난 23일 오전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 그랜드미르 호텔 대강당에서 성균관대가 개최한 ‘제10회 중앙아시아 성균한글백일장’ 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에서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 21개 대학에서 온 50여명의 학생들이 한국어실력을 겨뤘다.

대회가 시작되고 격려 차 이날 대회장을 깜짝 방문한 버버호지예브 사르바르 우즈베키스탄 교육부 차관이 흰 종이 위에 글제로 ‘우리’를 직접 쓰자, 참석자들의 환호와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대회 위원장인 이명학 성대 한문교육학 교수는 “사회가 첨단화, 고도화 될수록 공동체의 중요성이 희석되어가는 것 같아서 ‘우리’라는 개념을 글제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백일장에서는 우즈베키스탄 동방대를 졸업한 나자로바 마디나 씨가 금상을 차지했다. 마디나씨는 글에서 “우즈베키스탄도 점점 다문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며 “그 사람들의 언어, 문화, 종교가 모두 다르지만,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을 그들과 ‘우리’가 되도록 서로의 민족을 존경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우리’가 의미하는 공동체 의식과 우즈베키스탄, 한국전쟁으로 분단국가가 된 상황 등을 글로 엮어내 심사위원의 큰 호평을 받았다. 한국의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꿈이라는 마디나 씨는 “글제가 평이하긴 했지만, 수상까지는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동경의 대상이던 한국의 대학원에 진학해서 꼭 우즈베키스탄과 한국과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날 은상과 동상은 각각 카자흐 국제관계 및 세계언어대 학생 신 나데즈다 씨(카자흐스탄·21)와 사마르칸트 외국어대 랍비오브 베흐로드 씨(우즈베키스탄·23)가 수상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김호 성대 중어중문학 교수는 “쉬운 주제였지만, 주제를 글로 표현해 내는 것에는 참가자 간의 실력 격차가 보였다”면서 “‘우리’라는 보편적 개념을 자신의 경험과 연관지어 쓰면서 감동을 주는 글들이 다수 보여 매우 놀랐다”고 평가했다.

이날 행사에는 지난 7년간 이 행사를 후원해온 김흥덕 이래CS 부회장이 참석해 학생들을 격려했다. 이래CS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대표적인 한국기업으로 우즈베키스탄뿐만 아니라 러시아 등지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10년전 한글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우즈베키스탄과 중앙아시아에서 성균한글백일장이 기폭제가 돼, 한글과 한국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10회 대회를 맞이해 성균한글백일장 시상식에 참여할 수 있게 돼 무척이나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래CS는 2회 대회부터 성균한글백일장행사에 약 1억5000여만원을 후원해왔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