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자 비리 저질러도 원장 퇴직하면 조치 못 해
교육청 "제도적 한계…악용 사례 많아 개선 시급"


유치원 비리를 막겠다며 교육청이 매년 감사를 벌이지만 효과는 크지 않은 실정이다.

유치원 설립자가 비리를 저질러도 신분상 징계나 처분은 원장에게 내려지는데 원장이 퇴직하면 교육청도 손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감사하면 뭐하냐"라며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사립유치원의 경우 매번 강도 높은 감사에도 비리가 근절되지 않은 이유다.
사립유치원 감사 실효성 없다…원장 바꾸면 그만
전국 시·도 교육청은 25일 일제히 유치원 감사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했다.

이들 감사 보고서를 보면 '조치불요(퇴직)'라는 문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해당자가 퇴직해 더는 신분상 조치할 수 없다는 의미다.

교육청은 감사를 벌여 위법이나 부적정한 사항을 발견하면 주로 유치원 운영에 책임이 있는 원장에 대한 경고, 주의, 감봉 등의 처분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남양주에 있는 서울유치원 설립자 A씨는 2014년 5월 8일부터 2015년 2월 26일까지 15회에 걸쳐 2억원 가량을 자신의 아버지 계좌에 입금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감사를 벌여 유치원 시설공사비와 교재·교구 구입비로 사용한 것처럼 허위서류를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교육청은 유치원 운영에 책임이 있는 원장에게 정직 3개월을 처분하도록 요구했으나 원장이 퇴직해 책임자에 대한 신분상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회계상 손실액은 유치원이 메워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의 한 감사 담당자는 "다른 사립유치원도 같은 수법으로 빠져나가기 일쑤"라고 털어놨다.

감사에서 중대한 지적사항이 나오면 원장에게 퇴직을 강요한다.

감사를 앞두고 원장을 바꾸는 사례도 적지 않다.

유치원 설립자가 원장을 겸직하는 경우 원장직을 내려놓기도 한다.

감사에서 비리가 적발된 유치원들이 빠져나가는 방법 가운데 이른바 '간판 갈이'도 있다.

유치원 이름만 바꿔 다시 개원하는 수법이다.

회계 비리가 발생해도 해당 유치원이 이름만 바꿔 개원하면 사실상 이를 보전할 방법이 없다.

간판 갈이에 대해서는 최근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이 검토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들이 원장을 바꾸거나 그만두게 해 감사를 무력화하는 사례가 많아 제도 개선을 수차례 건의했는데 잘 이뤄지지 않았다"며 "유치원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