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저조한 3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주가도 큰 타격을 입었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상장사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에만 3조6573억원 증발했다.

현대차그룹 시총 하루 새 3.6兆 증발
현대차는 25일 7000원(5.98%) 떨어진 11만원에 장을 마쳤다. 8년7개월 전인 2010년 3월16일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대차 주가가 이 정도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2015년 6월2일(-10.36%) 후 처음이다. 당시에도 전월 자동차 판매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현대차 주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1% 안팎으로 하락한 수준에서 움직였다. 3분기 실적이 발표된 오후 2시 이후 수직 하락했다. 외국인 매도가 몰리면서 장중 한때 12.3%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현대차 주가를 가파르게 끌어내린 건 외국인 투자자였다. 이날 외국인은 현대차 주식을 26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개인은 28억원, 기관은 24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1조4960억원 줄면서 현대차는 유가증권시장 시총 6위 자리를 LG화학에 내줬다. 전날보다 한 계단 떨어진 시총 7위로 장을 마쳤다.

현대차그룹의 다른 계열사 주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현대차그룹 계열 상장사들의 주가는 평균 3.12% 떨어졌다. 기아차(-5.92%) 현대모비스(-4.45%) 현대글로비스(-3.21%) 현대위아(-7.22%) 등이 현대차 실적 발표 후 동반 급락했다.

예상치 못한 실적 충격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실적 발표 전 현대차 3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9200억원 수준으로 실제 발표치와 괴리가 컸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에 비용을 대거 반영했지만 4분기 리콜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주가가 급락했지만 실적 부진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은 오히려 높아진 상황이어서 당분간 주가 반등을 예상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