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9단(왼쪽)이 25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23기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 결승 3번기 최종국에서 이슬아 5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두 프로기사가 대국이 끝난 뒤 복기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최정 9단(왼쪽)이 25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23기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 결승 3번기 최종국에서 이슬아 5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두 프로기사가 대국이 끝난 뒤 복기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한국 여자 바둑랭킹 1위 최정 9단이 제23기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최 9단은 25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대회 결승 3번기 최종 3국에서 이슬아 5단에게 339수 만에 백 2집반 승을 거뒀다. 지난 결승 1국에서 이 5단에게 백 불계패를 당한 뒤 2국에서 흑 불계승으로 1-1 균형을 맞췄던 최 9단은 최종국에서 승리하며 종합전적 2승1패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최정 9단, 1국 내주고 2·3국 연승

이로써 최 9단은 지난 제22기 프로여자국수전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달성하며 국내 바둑 여제 자리를 굳건히 했다. 대회 2연패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연패를 달성한 중국의 루이나이웨이 9단 이후 최 9단이 처음이다.

58개월째 국내 여자 바둑랭킹 1위 자리를 지켜온 그는 개인 통산 11승째를 거두며 우승상금 1200만원을 획득했다. 여자기사 최초로 단일 시즌 상금 2억원을 돌파했던 그는 이번 대회를 포함해 상금 2억7052만원을 모았고, 이달 말 중국 쑤저우에서 열리는 궁륭산병성배에서 사상 첫 3억원 돌파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당초 지난 1월 제22기 대회 결승에서 김채영 5단을 꺾고 한국 여자기사 최연소(21세3개월)·최단기간(입단 후 7년8개월)에 입신(入神·9단의 별칭) 경지에 오른 최 9단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됐다. 상대인 이 5단에게도 최근 4연승을 거둬 상대 전적에서 5승2패로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최 9단은 국내 여자 바둑랭킹 14위인 이 5단을 맞아 결승 1국에서부터 일격을 당하며 백 불계로 졌다. 2국에서 흑 불계승으로 반격했으나 최종국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경기에 나섰다.

긴장한 탓인지 최 9단은 경기 초반부터 끌려다녔다. 간신히 균형을 맞췄던 경기 중반 130수째와 134수째에 중앙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며 이 5단에게 승기를 내주는 듯했다. 끝내기에 들어서기 전까지 8집가량 뒤지며 최 9단의 패색이 짙어보였다. 하지만 끝내기에서 방심한 이 5단이 연달아 실수를 범했고, 최 9단은 막판 대역전극을 펼치며 2집반 승을 완성했다.

최 9단은 “결승 1국을 두기 전에 정말 많이 긴장했고 2국에선 마음을 가다듬어서 편하게 뒀다”며 “최종국인 만큼 오늘은 긴장을 안하려고 했는데 워낙 떨렸다. 경기 중반에는 졌다고 생각했는데 끝까지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둬 승리할 수 있었다”고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일단 다 끝나서 마음이 정말 편하다”며 “계속 긴장한 상태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게 돼 매우 기쁘다”고 덧붙였다.

◆이슬아 5단, 첫 우승 문턱서 고배

최 9단은 오는 30일 열릴 궁륭산병성배와 관련해 “이렇게 큰 무대에서 열심히 둔다는 것만으로도 내 실력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다른 큰 시합에서도 오늘 경험을 발판 삼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5단은 이 대회 처음으로 결승에 오르며 프로무대 첫 승을 눈앞에 뒀으나 막판 실수로 미끄러지며 준우승 상금 600만원을 획득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여자단체·페어)이기도 한 이 5단은 이 대회를 끝으로 당분간 바둑계를 떠나 있을 예정이어서 아쉬움을 더했다.

지난 대회부터 하림이 후원을 맡은 프로여자국수전은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