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일가족 4명이 살해된 사건 현장에는 용의자가 매우 잔인했고, 치밀하게 범죄를 준비했음을 알 수 있는 흔적들이 남아있다.

현재 경찰은 용의자가 숨진 손녀와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26일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숨진 용의자 신모(32)씨는 일가족의 시신이 경찰에 발견되기 하루 전인 지난 24일 오후 4시 12분께 피해자들의 아파트에 찾아갔다.

승용차를 타고 와 아파트 입구 부근에 주차한 뒤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왼손에는 검은색 큰 가방을 든 채 아파트 문을 들어가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잡혔다.

경찰은 가방 안에서 56종의 물건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공구와 흉기뿐만 아니라 전기충격기, 신씨가 범행을 마친 뒤 자살을 할 때 썼던 질소가스통 등도 모두 가방 안에 있었다.

신씨가 범행 이후의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밀하게 계획해서 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씨가 피해자인 박모(84·여)씨 집에 침입할 당시에서는 집안에 박씨의 아들 조모(65)씨만 있었다.

이후 1~2시간 뒤 박 씨와 며느리가 귀가하는 모습이 CCTV에 확인된다.

손녀 조씨는 신씨가 침입한 지 8시간 후인 25일 0시 7분께 집으로 왔다.

경찰은 "신씨가 집안에 들어온 사람들을 순차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후 박씨와 아들, 며느리 시신은 화장실로 옮겨 시신을 쌓아두고 비닐이나 대야를 덮어두기도 했다"고 밝혔다.

손녀인 조씨는 특히 잔인하게 살해됐다.

다른 가족들이 흉기와 둔기 등으로만 살해된 데 반해 손녀의 몸에서는 흉기, 둔기뿐만 아니라 목이 졸린 흔적 등도 나왔다.

경찰은 "손녀가 특히 잔인하게 살해됐고, 두 사람의 나잇대가 비슷한 점, 두 사람이 평소 아는 사이라는 참고인 진술 등이 있는 점 등을 미뤄 두 사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치정문제인지 재산 문제인지 어떤 것도 확인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손녀의 시신만 치우지 않고 유기했고, 손녀가 다른 가족보다 잔인하게 살해된 된 점등을 보면 손녀가 주 범행 대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범인의 입장에서는 '처단형 몰살 살인' 유형으로 보이는데 어떤 증오심이 아무런 관계없는 가족들에게까지 옮겨가 생기는 범죄의 모습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