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암보험금 왜 안주나" 질타…"막무가내 아니다" 반박

국회 정무위원회가 26일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연 국정감사에서 삼성생명 이상묵 부사장이 윤석헌 금감원장과 '즉시연금 과소지급 논란'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즉시연금의 만기 환급금을 마련하려고 사업비 등 매월 일정 금액을 떼어 준비금으로 적립하는 상품 구조와 관련, 이를 가입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금감원의 입장과 그렇지 않다는 보험사들의 견해가 맞서고 있다.

이상묵 부사장은 매월 연금 지급액과 환급금 등의 산출식까지 약관에서 제시하지 않은 데 대해 "아주 전문적이어서 고객에게 제공 안 하는 것이 상품 관련 프로세스(절차)"라고 했다.

"저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로 지나치게 복잡한 수식이 나열된 데다, "사업비 공제는 보험상품 전반에 존재하는 구조"라고 할 만큼 너무도 당연하다는 논리다.

그는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논란의 법적 판단을 얻으려고 가입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불필요한 소송은 자제하는 게 맞다"면서도 "보험 청구 200만건에 (삼성생명 측의) 소송 제기는 1∼2건"이라고 '소송 남발' 지적에 맞섰다.
[국감현장] 삼성생명 부사장, 즉시연금 놓고 금감원장과 설전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윤석헌 원장이 "제가 한 마디 드리고 싶다"며 "수식이 복잡하면 소비자는 알아볼 방법이 없다.

그럼 불완전 판매"라고 이 부사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윤 원장은 "삼성생명 즉시연금이 5만5천건인데, 200만건 중 1건이 소송이면, 거의 소송으로 가면 포기한다는 뜻"이라며 "소비자보호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약관이 불투명한 경우 상법상 보험사가 부담한다"며 사업비 등의 공제를 약관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궁극적 책임은 삼성생명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요양병원 진료비 과잉청구 등의 논란이 인 암 보험금 지급 분쟁과 관련해서도 정무위 소속 의원들과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삼성생명의) 자문의 의견으로 (보험금을) 부지급하기도 하던데, 치료도 안 한 사람의 의견"이라며 "직접 진료한 의사 소견을 무시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이 부사장은 이에 대해 "불행히도 우리 사회에 과잉진료, '사무장 병원'을 포함해서 보험금을 목적으로 영업하는 곳이 존재한다"며 치료가 아니라 돈을 노린 행태를 지적했다.

같은 당 제윤경 의원이 "암 투병만으로도 힘든 소비자에게 또 다른 형태의 고통을 주고 있지 않나"라고 반문하자 이 부사장은 "저희와 (환자) 양쪽 이야기를 들으면 다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막무가내로 하지는 않는다"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금감원 감독을 받는 삼성생명의 고위 임원이 국감장에서 금감원장은 물론 의원들과 설전을 주고받은 것은 다소 이례적인 모습이다.
[국감현장] 삼성생명 부사장, 즉시연금 놓고 금감원장과 설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