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쇼크'에 장·단기 금리차 2년來 최저 수준…'景氣 비관론'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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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짙어진 경기 하강 신호
국고채 10년물 금리 2.24%…3년물과 0.28%P 차 근접
2분기 연속 0%대 성장에 장기채 금리 급락 불러
증시 폭락 겹치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 커져
"격차 더 줄어들 것" vs "추가 축소 쉽지 않아" 갈려
국고채 10년물 금리 2.24%…3년물과 0.28%P 차 근접
2분기 연속 0%대 성장에 장기채 금리 급락 불러
증시 폭락 겹치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 커져
"격차 더 줄어들 것" vs "추가 축소 쉽지 않아" 갈려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장·단기 금리 차가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좁혀졌다. 장·단기 금리 격차가 줄어드는 것은 경기 하강을 예고하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경기가 암울해진다는 전망에 수요가 증가해 장기 채권 값 상승(금리 하락)을 가져온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채권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성장률이 지난 3분기까지 두 분기 연속 0%대에 그치면서 경기하강 우려가 커진 것이 채권시장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서 켜진 경기하강 신호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21%포인트 내린 연 2.248%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3개월간 약 0.3%포인트 하락하면서 3년물 금리(연 1.968%)와의 격차가 0.280%포인트까지 좁혀졌다. 2016년 11월9일(0.269%포인트) 이후 가장 격차가 작다.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된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6% 증가한 400조2346억원을 기록했다. 두 분기 연속 0%대 성장에 머물렀다. 민간소비 증가율(0.6%)은 세 분기 연속 0%대에 그쳤고, 건설투자(-6.4%)와 설비투자(-4.7%)는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건설투자 감소폭은 외환위기 발생 직후인 1998년 2분기(-6.5%) 이후 20년 만에 가장 컸다. 금융시장에선 한은이 최근 하향 조정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2.7%)조차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연일 폭락하는 등 국내 증시 분위기마저 급격히 냉각됐다. 이 여파로 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더 강해졌다. 장기 채권 수요가 늘어나 장기 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이유다.
반면 단기 채권 금리는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아졌다. 현재 연 1.50%인 한국 기준금리가 1.75%로 오르면 3년 만기 국고채와의 격차는 0.218%포인트까지 좁혀진다. 오해영 신한금융투자 FICC본부장은 “단기물 금리는 이미 인상을 가정한 기준금리에 근접해 있어 더 떨어지기 쉽지 않다”며 “장기물은 이와 다르게 경기 침체 우려를 강하게 반영하면서 하락하고 있어 장·단기 금리 차가 축소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선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 차가 11년 만의 최저 수준인 0.26%포인트 수준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미국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3%대를 기록할 만큼 경기가 좋기 때문에 경기 침체의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와 단순히 미국 장기 채권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서로 맞서고 있다.
◆향후 전망은 엇갈려
채권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장·단기 금리차 축소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실질 경제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격차가 마이너스(-)로 전환된 2003년, 2008년, 2011년, 2015년 모두 연말 장기금리가 연초 대비 크게 하락했다.
내년 목표 경제성장률은 2.7%로 한은이 제시하고 있는 잠재성장률(2.8%)보다 0.1%포인트 낮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다음달 기준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은 ‘추가 인상은 당분간 어려울지 모른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금보다 더 내려가 장·단기 금리차가 더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한·미 금리 격차가 확대되고 있어 원화 장기채권 수익률이 추가적으로 더 크게 하락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 1월 말까지만 해도 한국 국고채 금리보다 낮았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월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금리를 웃돌기 시작해 지금은 0.87%포인트 수준까지 그 격차를 벌렸다. 서재춘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국내 장기채 금리는 미국 금리와 연동돼 움직이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상승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며 “최근 국내 경기상황이 장기채 금리를 누르고 있지만 이 같은 흐름이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채권시장서 켜진 경기하강 신호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21%포인트 내린 연 2.248%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3개월간 약 0.3%포인트 하락하면서 3년물 금리(연 1.968%)와의 격차가 0.280%포인트까지 좁혀졌다. 2016년 11월9일(0.269%포인트) 이후 가장 격차가 작다.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된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6% 증가한 400조2346억원을 기록했다. 두 분기 연속 0%대 성장에 머물렀다. 민간소비 증가율(0.6%)은 세 분기 연속 0%대에 그쳤고, 건설투자(-6.4%)와 설비투자(-4.7%)는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건설투자 감소폭은 외환위기 발생 직후인 1998년 2분기(-6.5%) 이후 20년 만에 가장 컸다. 금융시장에선 한은이 최근 하향 조정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2.7%)조차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연일 폭락하는 등 국내 증시 분위기마저 급격히 냉각됐다. 이 여파로 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더 강해졌다. 장기 채권 수요가 늘어나 장기 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이유다.
반면 단기 채권 금리는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아졌다. 현재 연 1.50%인 한국 기준금리가 1.75%로 오르면 3년 만기 국고채와의 격차는 0.218%포인트까지 좁혀진다. 오해영 신한금융투자 FICC본부장은 “단기물 금리는 이미 인상을 가정한 기준금리에 근접해 있어 더 떨어지기 쉽지 않다”며 “장기물은 이와 다르게 경기 침체 우려를 강하게 반영하면서 하락하고 있어 장·단기 금리 차가 축소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선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 차가 11년 만의 최저 수준인 0.26%포인트 수준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미국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3%대를 기록할 만큼 경기가 좋기 때문에 경기 침체의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와 단순히 미국 장기 채권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서로 맞서고 있다.
◆향후 전망은 엇갈려
채권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장·단기 금리차 축소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실질 경제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격차가 마이너스(-)로 전환된 2003년, 2008년, 2011년, 2015년 모두 연말 장기금리가 연초 대비 크게 하락했다.
내년 목표 경제성장률은 2.7%로 한은이 제시하고 있는 잠재성장률(2.8%)보다 0.1%포인트 낮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다음달 기준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은 ‘추가 인상은 당분간 어려울지 모른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금보다 더 내려가 장·단기 금리차가 더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한·미 금리 격차가 확대되고 있어 원화 장기채권 수익률이 추가적으로 더 크게 하락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 1월 말까지만 해도 한국 국고채 금리보다 낮았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월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금리를 웃돌기 시작해 지금은 0.87%포인트 수준까지 그 격차를 벌렸다. 서재춘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국내 장기채 금리는 미국 금리와 연동돼 움직이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상승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며 “최근 국내 경기상황이 장기채 금리를 누르고 있지만 이 같은 흐름이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