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분기 성장률이 0%대에 주가는 연일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수출마저 둔화 추세다. 10월 들어 20일까지 일 평균 수출액은 조업일수 영향을 배제했을 경우 지난해보다 13.1% 줄었다.

내수와 수출을 포함한 실물은 물론 금융시장에마저 총체적 위기의 그림자가 비친다. ‘퍼펙트 스톰’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지만 청와대나 정부에서는 위기 의식이 별로 감지되지 않는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연말에 경기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며 그저 기다리라고 한다. 기획재정부는 그린북에서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진단을 하다가 10월 들어서 비로소 이 표현을 바꿨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경제문제보다 남북문제에 집중하다 보니 ‘경제 챙기기’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올 들어 안보실의 대통령 보고 건수(290회)가 정책실(228회)보다 많은 것만 봐도 그렇다. 정책실 보고에는 비(非)경제 문제 역시 다수 포함됐을 것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청와대 내부에서 “경제 현안에 대한 대통령 보고 일정을 잡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현실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국정감사에서 규제개혁 부진을 따지는 질문에 “그것이 지금 우리 현실이고 실력”이라고 답한 대목에서는 자괴감마저 느껴진다. 일자리 대책에 원격의료, 카풀 등 핵심은 다 빠지고 단기 아르바이트만 잔뜩 들어간 데 대해 무력감과 갑갑함을 호소한 것이다. 김 부총리의 발언은 지금 우리 정부에 경제 리더십이 있기나 한 것인지, 있다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지금 이 나라 경제는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거센 파도를 헤쳐나가는 배와도 같은데 그 배에는 선장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