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들, 중일 정상회담 소식 차분히 보도…경제협력 '신중론' 제기
제3국 인프라 협력방안에 "참신함 없어"…"정상회담 위해 급조"
중국 방문 日경제사절단 500명, 미국 눈치 보느라 '엉거주춤'
일본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중에 맞춰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중국에 보냈지만, 일본 기업들이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중국과의 경제 협력에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7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날자 조간 지면에 '일본기업, 한미(半身·はんみ)의 대중 연대'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일본 기업들이 중국과의 경제 협력에 대해 소극적이라고 전했다.

'한미'라는 단어는 스모나 검도 등의 격투기 스포츠에서 상대방에 대해 비스듬한 자세를 취하는 것을 뜻한다.

전력을 다해 중국과의 연대에 나서지 않고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는 일본 기업들의 모습을 묘사하는데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아베 총리의 방중기간인 26일 개최된 '중일 제3국시장 협력 포럼'에는 게이단렌(經團連) 회장인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 히타치(日立)제작소 회장과 야스나가 다쓰오(安永龍夫) 미쓰이(三井)물산 사장을 비롯해 기업과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 간부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1년 사이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의 정상이 중국을 방문할 때 이들 국가의 경제인들이 대거 중국을 찾았는데, 이번에 중국을 방문한 일본 기업인들의 규모는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더 컸다.

양국 정부와 기업인들은 정상회담 기간 52건의 제3국 인프라 공동 개발과 관련한 각서를 체결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처럼 겉으로는 이번 정상회담 기간 중국과 일본의 경제인들이 떠들썩하게 교류했지만, 일본 기업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경제 교류의 내실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중 엉거주춤한 자세로 경제 협력을 하는 모습이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눈에 띄었다"며 "중국에 힘을 실어주면 미국을 격하게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방문 日경제사절단 500명, 미국 눈치 보느라 '엉거주춤'
이 신문은 양국 기업인들 사이에 논의된 경제 협력 방안은 사실 중국을 방문하기 전부터 협의됐던 것들이 많아서 참신함이 적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본의 제조사 파나소닉의 경우 중국의 바이두(百度)와 차세대 차량에 탑재할 시스템을 공동개발하기로 했지만,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 탑재 기기는 미국의 제재 관세 대상이어서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쓰이물산은 중국의 에너지 기업 CCL과 전기자동차, 액화천연가스(LNG) 분야 등에서 공동 투자를 하기로 했는데, 이 회사는 미국에서 LNG 개발 사업을 하고 있고 미국의 전기자동차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한 상태여서 무역전쟁을 치르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게 됐다.

중일간 제3국 인프라 공동 개발과 관련해서는 마이니치신문도 "정치의 산물로, 정상회담을 위해 급조됐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며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성과가 나타날지 불투명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들은 27일자 지면에 중일 정상회담 소식을 1면 머리기사 등으로 비중있게 전하면서도 회담 성과를 문제점과 함께 소개하며 차분히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와 관련해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몰디브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거액의 채무부담 때문에 공사를 중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양국간 공동사업 추진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중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새로운 시대의 중일 관계'를 반복해서 강조했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비참한 역사도 있었다"고 언급했다며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양국의 입장차를 부각했다.

요미우리는 양국간 영토 분쟁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와 관련해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이 전날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에게 중국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설치한 해상 부표에 대해 항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중국 방문 日경제사절단 500명, 미국 눈치 보느라 '엉거주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