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윳값 인상 소비자만 역차별?…'큰손 업체' 납품가는 그대로

우유업계 "연간·기간 단위 계약이라 당장은 안 오른 것"

올해 들어 서울우유를 필두로 주요 우유 업체가 가격을 잇달아 올린 가운데 정작 대규모로 우유 제품을 공급하는 카페와 베이커리 회사 등에 대한 B2B 납품 가격은 유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생산비용 상승을 이유로 유윳값을 올렸다지만 힘없는 개인 소비자만 역차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는 스타벅스, 파리바게뜨, 파스쿠찌, 투썸플레이스 등의 업체의 우유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업체에 납품되는 우유 가격은 올해 8월 소비자가 인상 이후에도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우유는 앞서 올해 8월 2013년 이래 5년 만에 흰 우유 1ℓ 가격을 3.6% 올린 바 있다.

서울우유는 당시 "2016년 원유 가격이 인하됐을 때는 다른 업체와 달리 흰 우유 대표 제품의 가격을 40∼100원 인하하는 등 소비자 부담을 줄이려 노력했다"며 "생산비용의 증가로 이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게 결정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스타벅스는 서울우유와 연세우유에서 우유를 공급받고 있고, 매일우유로부터 두유를 납품받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과거 구제역 등이 일어나 우유 수급에 어려움을 겪던 경험이 있어 여러 곳에서 우유를 받고 있다"며 "아직 B2B 납품 가격은 오르지 않았지만, 협력 업체와 지속해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에서 우유는 커피 원두에 버금가는 필수 식재료다.

특히 날씨가 쌀쌀해질수록 손이 많이 가는 라떼 제품은 제품의 대부분이 우유로 이뤄져 있어 안정적인 우유 수급이 중요하다.

국내 1천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유명 A 카페 브랜드의 경우 라떼 제품 비중이 전체 음료 판매의 15% 수준으로, 연간 3천만 잔이나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파리바게뜨와 카페 파스쿠찌도 서울우유를 쓰지만, 아직 납품가 인상을 통보받지 않았다.

CJ그룹 계열 카페 투썸플레이스는 서울우유가 납품하는 맞춤형 전용 상품을 일정한 기간별로 계약해 쓰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우유는 B2B 납품의 경우 가격 인상 요인은 있지만, 계약 기간에 묶여 있어 바로 올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B2B 거래는 연간, 혹은 일정 기간 단위로 특정 가격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어 바로 인상분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그 계약 기간이 끝나면 조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가격과 관련해 계속 거래처에 인상 요인을 설명하고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롯데GRS가 운영하는 카페 엔제리너스는 롯데푸드와 동원F&B로부터, 이디야커피는 매일유업으로부터 각각 우유를 공급받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모두 우유 납품 가격에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업계 1·2위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이 소비자가 가격을 올린 뒤 이들 우유 브랜드는 아직 소비자가를 올리지 않고 있지만, 시기를 저울질 중이라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롯데푸드 관계자는 "가격 인상 여부를 두고 내부적으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윳값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카페 브랜드는 아예 해외에서 우유를 수입해 쓰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주스와 커피를 함께 취급하는 B 브랜드는 "해외에서 멸균우유를 수입해 쓰고 있다"며 "가격이 저렴해 점주의 부담이 줄어드는 장점도 있고, 멸균우유는 고소한 느낌을 내는 데 유리한 점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