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회사 만들어 부풀린 돈 돌려받아 개인용도 사용
교육청 감사 보류…법원 "피해 확인하느라 재판 늦어"


학부모들을 속여 교재비를 더 받아 챙긴 유치원 원장들에 대한 재판이 3년째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다.

당시 이 사건은 대형 유치원들이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까지 만들어 교재비를 부풀렸다가 적발된 첫 사례여서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이 2년간 교재비를 부풀려 챙긴 금액은 총 100억원이 넘는다.

원생 수가 100명이 넘는 대형 유치원들이지만 재판 중이어서 감사가 보류돼 지난 25일 전국 시·도교육청의 감사결과 발표에서 제외됐다.
28일 법원과 검찰, 교육청 등에 따르면 2016년 의정부지검 형사2부(당시 황은영 부장검사)는 남양주지역 유치원의 횡령 사건을 조사하던 중 교재회사와 수상한 거래를 포착했다.

신종 리베이트 수법이었다.

유치원 원장들이 교재회사 대표 윤모(50)씨와 짜고 친인척 명의로 총판을 가장한 유령회사를 만들었다.

이들은 2014∼2016년 교재 1개당 3배가량 가격을 부풀려 윤씨에게 지급한 뒤 유령회사를 통해 부풀린 금액을 돌려받았다.

윤씨는 대형 유치원에 이 같은 수법을 제안하고 유령회사를 직접 관리했다.

대형 어린이집에도 접근했다.

원장들은 돌려받은 돈을 개인용도로 사용하고 윤씨는 교재납품 이득을 챙겼다.

검찰은 수도권과 충청지역 원장 50명을 적발했다.

조사결과 유치원 1곳당 교재비를 3천만∼5억원을 부풀린 것으로 확인됐다.

50명이 2년간 챙긴 금액은 100억원이 넘었다.

원생 1만924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학부모 1명당 94만원을 더 낸 셈이다.

원장들은 이렇게 챙긴 돈으로 다른 유치원을 인수하거나 수영장, 숲 체험장 등을 조성하는 데 사용했다.

일부는 게임장을 인수하거나 개인 투자금으로 사용했다.

검찰은 부풀려 챙긴 금액이 큰 정모(51) 등 원장 34명과 교재회사 대표 윤씨를 사기와 사립학교법·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금액이 비교적 적은 한모(51)씨 등 원장 16명은 같은 혐의로 벌금 200만∼2천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이들은 2016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는데도 3년째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나마도 지난 5월 이후 재판 기일이 잡히지 않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피해 금액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검찰에 다시 요구한 상태여서 재판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해당 유치원들도 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유치원을 해당 교육청에 통보했으나 감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청 관계자는 "수사 중이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감사하지 않는다"며 "재판이 끝나면 감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검사는 "수사관 등을 일일이 해당 유치원에 보내 학부모에게 피해를 확인하고 원장들도 잘못을 시인했다"며 "최근 유치원 비리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높은 만큼 재판이 빨리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아쉬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