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최근 또 하나의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한글의 조형적 특징이 다양한 문화 장르와 융합해 창조적 가치를 재현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글은 서예문화의 정수로 떠오르며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과학에서 미학으로 진화한 한글서예는 이제 미술 애호가조차 갖고 싶어 하는 최고의 예술품이 됐다.

미술품 경매시장에 생소한 아이템인 한글서예 76점이 경매에 부쳐진다. K옥션이 29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진행하는 ‘아름다운 한글서예-새바람’을 통해서다.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문화사적 가치를 높인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번 경매에는 한국서학회 설립 32주년 기념 서예전 ‘아름다운 한글서예-새바람전’에 출품된 작품들로 구성했다. ‘새바람전’은 한글서예의 전통을 바탕으로 서예시장이 형성돼 새 바람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꾸려진 전시다.

대부분의 출품작은 국내외 유명 문인 글을 서예로 승화했다. 노산 이은상의 시 ‘푸른 민족’을 디자인 예술로 형상화한 이곤의 작품, 시인 박두진의 시 ‘해’를 디자인아트로 되살린 고인숙의 작품, 시조 시인 김현승의 시 ‘아버지의 마음’을 그림처럼 묘사한 신명숙의 작품, 이해인의 시 ‘아침의 향기’를 아기자기하게 쓴 강인숙의 작품 등이 나온다. 글씨가 뿜어내는 팽팽한 기운과 미적 여운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손이천 K옥션 팀장은 “한글서예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현대화하는 과정의 하나로 경매를 열게 됐다”며 “한글서예가 미술시장의 한 부문으로 인정받고 발전해 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K옥션 홈페이지(k-auction.com)에 접속하면 24시간 누구나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마감일인 29일 오후 4시부터 10점씩 5분 간격으로 최종 낙찰자를 발표한다. 출품작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K옥션 경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