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민연금개혁은 거꾸로 가고 있다. 연금 고갈을 막자는 취지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어렵게 마련한 약속도 거꾸로 되돌릴 판이다. 이미 낮추기로 했던 연금 지급액을 정부·여당이 도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게 대표적이다.

한국만 '거꾸로 개혁'…연금지급액 높이기 나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여야는 60%인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급액)을 2008년 50%로 낮추고, 이후 매년 0.5%포인트씩 20년간 10%포인트를 인하해 2028년 40%로 맞추기로 합의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국가의 소득대체율 평균은 2016년 기준 40.6%다.

정부·여당은 그러나 2018년 기준 45%인 소득대체율을 더 이상 낮추지 않거나 다시 50%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일부 노동단체와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사안이다. 소득대체율 50%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기도 하다.

소득대체율을 높이면서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기를 당기지 않으려면 현행 월소득의 9%인 연금 보험료율을 즉시 두 자릿수로 올려야 한다. 소득대체율 45% 유지 땐 보험료율을 11%로, 소득대체율 50% 땐 13%까지 올려야 한다는 게 학계 분석이다.

정부·여당은 그러나 보험료율 인상폭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연금액은 올리면서 국민연금 재정불안엔 눈 감겠다는 얘기다. 지난 8월 발표된 국민연금 제4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고갈 시기는 2057년으로 2013년 3차 추계 때보다 3년 빨라졌다. 여기에 소득대체율 인상이 더해지면 연금 재정은 훨씬 악화된다.

좀 더 큰 틀의 연금 개혁은 발도 못 내디딘 상태다. 선진국은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노후 소득을 일정 수준 보장하기 위해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했다. 대체로 기초연금은 저소득층에 집중하고 국민연금은 재분배 성격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반면 한국은 기초연금도 소득 하위 70%까지 지급해 불평등 완화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국민연금은 재분배 성격이 강해 노후 소득 보장을 제대로 못 하는 어정쩡한 체계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노후소득 보장체계 전반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