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 그물 수거 750명 뽑아라"…발표 당일 일방지시에 해수부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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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단기 알바 짜내기' 요지경
정부 '공공 알바 5만9000개 내역' 분석해 보니
■ 週 이틀짜리 알바 뽑으라고?
마사회 마권 구입 감시 280명
취업자에 포함돼 통계 부풀리기
■ 채용인원 계산 '주먹구구'
강원랜드, 기존 일자리 남는데
"130명 더 뽑겠다" 묻지마 신청
■ 원래 있던 일자리인데…
제주 관광지 해설 알바 38명
신규라더니 이미 채용돼 근무중
정부 '공공 알바 5만9000개 내역' 분석해 보니
■ 週 이틀짜리 알바 뽑으라고?
마사회 마권 구입 감시 280명
취업자에 포함돼 통계 부풀리기
■ 채용인원 계산 '주먹구구'
강원랜드, 기존 일자리 남는데
"130명 더 뽑겠다" 묻지마 신청
■ 원래 있던 일자리인데…
제주 관광지 해설 알바 38명
신규라더니 이미 채용돼 근무중
정부가 ‘단기 공공 아르바이트(알바)’ 5만9000개를 급조해 일자리 대책에 억지로 꽂아넣으면서 해당 부처와 산하기관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사업을 사실상 강제로 할당받아 실적을 채워야 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사회부처 산하기관 관계자는 “일자리 대책이 군사작전하듯 하달돼 사업 세부안을 확정한 곳이 거의 없다”며 “연말까지 이행하려면 서둘러야 하는데 예산은 어디서 빼내야 할지 몰라 ‘멘붕’(멘탈 붕괴) 상태”라고 말했다.
‘1주에 이틀짜리 알바’ 등 일자리라고 하기 민망한 수준의 단기 알바가 대부분이어서 부처·기관 내부조차 어리둥절한 분위기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평소라면 신청을 했어도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모두 잘렸을 사업들이 조사도 없이 부활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묻지 말고 일단 뽑으라’는 정부
28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맞춤형 일자리 사업별 세부 현황’을 보면 10여 개 부처와 산하기관이 연말까지 80여 개 사업을 통해 5만90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대부분 2~3개월짜리 단순 노무직이다.
사업별 세부 내용은 대부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강제 할당식이다 보니 이제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곳이 대다수다. 해양수산부가 전국 75개 국가어항에 방치된 그물 등을 수거하는 작업에 750명을 투입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정부 대책 발표(24일) 즈음에 기재부에서 사업세부계획을 수립하라고 통보받아 아직 구체적인 사업안이 없다”며 “다음주부터 어촌어항협회,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관 특성상 필요없는 일자리를 요구받은 사례도 있다. 교육부는 국립대 빈 강의실 적정온도 유지, 불 끄기 등 에너지지킴이 선발 계획을 수립하면서 한국방송통신대에도 신청을 요청했다. 한국방송통신대는 원격 위주로 교육하는 곳이다. 한국방송통신대는 명분이 없어 거절했지만 교육부 예산 지원에 매달려야 하는 국립대 특성상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국립대의 경우 채용 예산까지 모두 알아서 마련하라는 식이어서 부담이다.
◆週 이틀짜리 알바도 일자리라니…
일자리 수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만한 사례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마권 구매상한제(1인, 1회 10만원) 계도를 위해 뽑겠다는 280명은 근무기간이 일주일 중 이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대로 된 일자리라고 하기 힘들지만 고용동향 조사 땐 취업자(조사기간 중 수입을 목적으로 한 시간 이상 일한 경우)로 분류된다.
이미 확충된 일자리가 신규 창출하겠다는 일자리에 포함된 사례도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관광지 해설 등을 위해 선발한다는 38명은 이미 지난 1일 채용돼 근무하고 있다.
지역 특성상 기존 일자리도 채우지 못하면서 더 채용하겠다고 밝힌 곳도 있다. 강원랜드는 동계스포츠시설 운영 등으로 130명을 추가 채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매년 겨울 성수기 알바 자리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매년 겨울 1500명 정도 선발 계획이 있지만 서울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항상 사람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과 상관없이 이미 계획된 채용도 상당수였다. 한전KPS의 계획예방정비공사 인력 94명이 대표적이다. 한전KPS는 발전소 기기의 노후 스케줄에 따라 미리 주기적으로 계획예방정비공사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모조리 비정규직으로 뽑으면…
정부가 큰 그림 없이 매번 고용대책을 급조하다 보니 기존 방침과 상반되는 일자리도 나올 상황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신재생에너지 설비 안전점검 인력 150명을 모두 비정규직으로 뽑기로 했다. 안전 관련 업무는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던 정부 방침과는 다르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일단 급하게 시달된 것이어서 한번 해보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정부가 우선 비전을 내놓고 그에 따라 일관되게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데, 단기 실적에 급급해 철학을 잃고 우왕좌왕하니 산하기관들이 힘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일규/임도원/심은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1주에 이틀짜리 알바’ 등 일자리라고 하기 민망한 수준의 단기 알바가 대부분이어서 부처·기관 내부조차 어리둥절한 분위기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평소라면 신청을 했어도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모두 잘렸을 사업들이 조사도 없이 부활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묻지 말고 일단 뽑으라’는 정부
28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맞춤형 일자리 사업별 세부 현황’을 보면 10여 개 부처와 산하기관이 연말까지 80여 개 사업을 통해 5만90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대부분 2~3개월짜리 단순 노무직이다.
사업별 세부 내용은 대부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강제 할당식이다 보니 이제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곳이 대다수다. 해양수산부가 전국 75개 국가어항에 방치된 그물 등을 수거하는 작업에 750명을 투입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정부 대책 발표(24일) 즈음에 기재부에서 사업세부계획을 수립하라고 통보받아 아직 구체적인 사업안이 없다”며 “다음주부터 어촌어항협회,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관 특성상 필요없는 일자리를 요구받은 사례도 있다. 교육부는 국립대 빈 강의실 적정온도 유지, 불 끄기 등 에너지지킴이 선발 계획을 수립하면서 한국방송통신대에도 신청을 요청했다. 한국방송통신대는 원격 위주로 교육하는 곳이다. 한국방송통신대는 명분이 없어 거절했지만 교육부 예산 지원에 매달려야 하는 국립대 특성상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국립대의 경우 채용 예산까지 모두 알아서 마련하라는 식이어서 부담이다.
◆週 이틀짜리 알바도 일자리라니…
일자리 수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만한 사례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마권 구매상한제(1인, 1회 10만원) 계도를 위해 뽑겠다는 280명은 근무기간이 일주일 중 이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대로 된 일자리라고 하기 힘들지만 고용동향 조사 땐 취업자(조사기간 중 수입을 목적으로 한 시간 이상 일한 경우)로 분류된다.
이미 확충된 일자리가 신규 창출하겠다는 일자리에 포함된 사례도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관광지 해설 등을 위해 선발한다는 38명은 이미 지난 1일 채용돼 근무하고 있다.
지역 특성상 기존 일자리도 채우지 못하면서 더 채용하겠다고 밝힌 곳도 있다. 강원랜드는 동계스포츠시설 운영 등으로 130명을 추가 채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매년 겨울 성수기 알바 자리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매년 겨울 1500명 정도 선발 계획이 있지만 서울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항상 사람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과 상관없이 이미 계획된 채용도 상당수였다. 한전KPS의 계획예방정비공사 인력 94명이 대표적이다. 한전KPS는 발전소 기기의 노후 스케줄에 따라 미리 주기적으로 계획예방정비공사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모조리 비정규직으로 뽑으면…
정부가 큰 그림 없이 매번 고용대책을 급조하다 보니 기존 방침과 상반되는 일자리도 나올 상황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신재생에너지 설비 안전점검 인력 150명을 모두 비정규직으로 뽑기로 했다. 안전 관련 업무는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던 정부 방침과는 다르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일단 급하게 시달된 것이어서 한번 해보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정부가 우선 비전을 내놓고 그에 따라 일관되게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데, 단기 실적에 급급해 철학을 잃고 우왕좌왕하니 산하기관들이 힘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일규/임도원/심은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