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판부 의미·삼권분립 안목부터도 큰 차이
한국 "위헌·불필요" 민주 "적법·절실"
바른미래, 중재 나섰지만 당내 반발도
특별재판부 추진 '산 넘어 산'…국정조사와 '빅딜'도 안갯속
여야는 28일 사법농단 사건을 전담할 특별재판부 구성과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을 다룰 국정조사 실시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특별재판부의 개념과 의미, 그리고 사법권 독립에 대한 인식을 포함한 삼권분립 견해 등에서 큰 차이를 드러내며 대치를 지속했다.

먼저 한국당은 특별재판부에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로 '위헌적 요소'를 들었다.

특별재판부 구성은 입법부가 사법부의 재판에 개입하는 것으로 삼권분립의 원칙에 반하며, 국민이 법관에게 재판받을 권리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페이스북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삼권분립의 기본을 흔드는 것"이라고 했고, 김성태 원내대표도 같은 날 회의에서 "헌정 질서를 수호해야 할 대통령과 집권당이 위헌 논란을 자초했다"고 가세했다.

또한, 한국당은 특별재판부 구성이 오히려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더 훼손할 수 있다고도 덧붙인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특별재판부 구성은 법원의 재판에 승복하지 못하면서 별도 재판부를 구성해 한 번 더 재판해달라는 선례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대한변협, 판사회의, 대법원장 등이 3명씩 위촉한 9명의 판사가 재판부를 구성할 경우 김명수 대법원장과 정부·여당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에 '팩트 체크'로 맞서고 있다.

한국당이 사실관계를 왜곡해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나아가 국민의 80%, 여야 4당이 모두 특별재판부 구성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도 앞세운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사법권 독립은 재판 자체에 관여하면 안 된다는 것이지 사법행정이나 사법제도의 설계에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을 막는 취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법은 일반인을 판사로 만드는 법이 아니므로,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며 "특별재판부 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은 오해"라고 부연했다.

변호사 출신인 박 최고위원은 앞서 지난 8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 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당사자다.

이 법안은 대한변호사협회, 판사회의, 대법원장이 3명씩 천거해 모두 9명이 되는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를 대법원에 설치하고, 이 위원회가 특별영장전담법관 후보자와 특별재판부를 구성할 후보자 2배수를 추천해 대법원장이 1심 담당 재판부 3명과 2심 재판부 3명을 각각 임명하도록 했다.

결국 특별영장전담법관 외 서울중앙지법(1심)과 서울고법(2심)에 이들 특별재판부를 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하 사법농단 사건'을 전담토록 함으로써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은 판사들을 원천적으로 제척할 수 있게끔 했다.

법안은 또 특별재판부의 판결문에 합의에 관여한 모든 판사의 의견을 표시하도록 하고, 1심에 한해 배심원의 평의 내용을 재판부 판결에 반영하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여야 협상 과정에서 얼마든지 변형될 수 있지만, 삼권분립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선출권력인 입법부가 비(非) 선출권력인 사법부에 정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으므로 향후 여타 변형법안의 준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민주당 원내상황실은 26일 배포한 '팩트 브리핑'을 통해 "부패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재판부 7곳 중 5곳의 재판장이 사법농단 의혹의 관련자"라며 "(한국당의) 위헌 주장은 사법농단 세력에 대한 보호 본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특별재판부 구성을 위한 입법 전망은 밝지 않다.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 현원(18명)의 정당별 분포를 보면 민주당 8, 한국당 7, 바른미래 2, 민주평화당 1명으로, 한국당이 열세지만 의사봉을 쥔 여상규 위원장이 한국당 소속이다.

그러니, 상임위에서 법안을 다루는 과정에서부터 벽에 부닥칠 공산이 크다.

나아가,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현 국회법은 교섭단체 간 합의를 본회의 상정 요건으로 못 박고 있기 때문에 한국당이 반대하면 본회의 처리가 불가능하다.

한국당의 반대를 우회해 이 쟁점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국회법상 '신속처리안건'으로 법안을 지정하는 경우뿐이다.

그러려면 국회 전체 재적 의원 또는 상임위 재적 위원 과반수의 요구가 우선 필요하다.

현재 재적 의원은 총 299명으로, 상임위에서의 법안 통과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국회의원 중 150명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요청할 수 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 수를 합하면 178명이어서 이 과정에는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이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려면 국회의장 또는 상임위원장이 무기명 투표에 부쳐 재적 의원의 60%(18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한국당 의원 112명을 빼면 187명이긴 하나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이 찬성하지 않을 수 있는 데다 일부 무소속 의원의 반대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표결 결과 예측이 쉽지 않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역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 의결정족수(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는 확보되지만,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한국당이 반대할 경우 본회의 상정이 난망하다"고 적어 법안 처리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게다가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혹여 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다고 해도 해당 법안은 상임위에서 180일간 심사를 거쳐야 하는 등 본회의 통과까지 330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안 처리가 지나치게 지연되면 적기에 입법돼야 실효를 거둘 수 있는 법안의 특성상 입법 취지는 무색해질 수 밖에 없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사법농단 핵심 피의자에 대한 검찰 기소가 11∼12월 이뤄질 경우 특별재판부 설치 전 재판 배당이 끝나버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두고도 양보 없는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물론 친여권 성향의 평화당까지 국정조사를 요구한 만큼 민주당도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당의 입장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26일 페이스북에서 "채용비리와 고용세습이 독버섯처럼 퍼져 있다"며 "한국당, 바른미래당, 평화당이 요구한 국정조사에 이제 민주당이 응답할 차례"라고 압박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국당이 일부 사례를 침소봉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하며, 국정조사보다 감사원 감사 청구가 먼저라고 반박한다.

강훈식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불공정한 채용비리가 있다면 감쌀 이유가 없다"면서도 "감사원 감사로도 의혹이 풀리지 않으면 그때 가서 국정조사를 논의해도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찬성한 특별재판부 구성과 민주당을 뺀 야 4당이 찬성한 국정조사 실시를 두고 여야 '빅딜'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26일 "민주당에는 국정조사를, 한국당에는 특별재판부를 받으라고 설득하고 있다"며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가 특별재판부 구성에 전격 합의한 데 대해 같은 당 이언주·지상욱 의원이 "더 심각한 사법농단"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터라 빅딜 성사 역시 난망한 상황이다.
특별재판부 추진 '산 넘어 산'…국정조사와 '빅딜'도 안갯속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