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전수조사하고도 결과 쉬쉬…수사의뢰도 3건뿐
김수민 "솜방망이 처분해 용두사미로 끝내" 지적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말 산하 공공기관의 채용 실태를 자체 조사해 300여건의 부적절한 채용 사례를 적발하고도 쉬쉬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이 문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8~28일 공공기관 채용 실태를 전수 조사해 총 312건의 부적절한 채용 사례를 파악했다.

대표적 사례를 보면, 국민체육진흥공단 전 이사장 A씨는 무기계약직을 채용하면서 특정인 2명을 뽑도록 인사팀장 B씨에게 지시했고, B씨는 2명을 그대로 채용했다.

세종학당재단 이사장 C씨는 팀장급인 정규직 3급 직원을 채용하면서 실무 면접위원 3명에게 특정인을 선발해달라고 청탁했다.

같은 단체 인사팀장 D씨는 정규직 7급 직원 채용 과정에서 서류심사 배수를 임의 조작하고, 실무 면접 합격자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한편 세종학당재단, 태권도진흥재단, 문화예술위원회,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등은 채용 예정 인원을 초과해 채용하거나 응시생의 지원 직급과 분야를 마음대로 변경해 채용했다가 적발됐다.

또한 국제방송교류재단, 아시아문화원은 채용 시 면접위원을 내부인으로만 편성해 규정을 위반했고, 대한장애인체육회,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정동극장,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면접관 1~2명이 면접을 허술하게 진행해 적발됐다.

이밖에 예술의전당,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등 26개 기관은 아예 면접전형 기준, 면접위원 구성 기준, 동점자 처리 기준, 서류 보존 기간 기준, 채용 후보자 명단의 유효 기간, 채용 부적격자 판단 등에 대한 내부 규정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는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도 구체적 내용을 외부로 알리지 않았다.

더구나 문체부는 적발한 312건 중 3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1건을 문책했을 뿐 나머지에는 주의 등 솜방망이 처분을 했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김 의원은 "채용비리 문제가 300건 넘게 적발됐는데, 엄중 조치는 4건에 불과해 특별조사라는 명칭이 무색했다"며 "용두사미로 끝난 조사를 보면 국민이 이 정부를 신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