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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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건 BMW 차량의 ‘주행 중 화재’ 사태다.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운행 자제 권고까지 꺼내들 정도로 소유주의 불안과 불만이 컸다.

게다가 철옹성 같던 독일 차 디젤(경유) 명성에 금이 가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월간 수입차 판매 순위는 엎치락뒤치락하는 혼전 양상을 띠고 있다.

◆ 대규모 리콜·집단소송에 BMW ‘최대 위기’

‘BMW 화재’ 사태는 올여름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주행 중인 차량에 불이 나는 사고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3일 BMW 차량의 운행 자제를 권고했다. 당시 손병석 국토부 1차관은 “화재 원인을 한 점 의혹 없이 소상하고 신속하게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건 엔진에 장착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이다. 고온의 배기가스가 냉각되지 않은 채 흡기관에 유입돼 구멍이 나고, 이 때문에 화재가 발생한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화재 사고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엔 강원 원주시 국도를 타던 520d 승용차에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차량 앞부분을 태우고 10여 분 만에 꺼졌다. 올 들어 불이 난 BMW 차량은 총 40여 대로 늘어났다.

지난 23일엔 118d와 미니쿠퍼D 등 52개 차종 6만5763대가 새롭게 리콜(결함 시정) 대상에 포함됐다. EGR 모듈 교체는 다음달 26일부터 이뤄진다.

BMW 관계자는 “추가 리콜은 사전 예방을 위한 것”이라며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에서도 EGR 문제로 흡기다기관(공기 통로)에 구멍이 생기는 일부 사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BMW는 지난 7월27일부터 520d 모델을 포함한 42개 차종 10만6317대를 대상으로 자발적 리콜을 진행 중이다. 지난 28일 기준 6만7700대(63.6%)가 공식 서비스 센터를 찾았다.

화재 원인을 두고 논란 또한 고조되고 있다. 차량 소유주뿐만 아니라 소비자단체도 집단소송에 가세했다. 집단소송을 진행 중인 한국소비자협회 소송지원단은 전자제어장치(ECU) 설계가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맞서고 있다.

이 밖에 2016년부터 화재 가능성을 알고도 이를 무마했다는 의혹도 남아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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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 판매 ‘급제동’, 디젤 차량 기피도

이번 화재 사태는 수입차 시장에도 엄청난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우선 BMW의 베스트셀링카인 520d 모델 질주가 멈춰섰다. 브랜드 신뢰도에도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디젤 게이트’(배출가스 조작) 파문 이후 시장에 복귀한 아우디폭스바겐의 할인 돌풍이 몰아쳤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BMW는 지난달 2052대를 팔아 수입차 판매 순위 3위에 그쳤다. 전달보다 판매량이 13.9% 줄었다. 이 기간 520d의 판매량은 197대로 집계됐다. 지난 6월에 963대, 7월 523대, 8월엔 107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디젤 차량에 대한 부정적 인식 또한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수입차 시장에선 신규 등록된 디젤 차가 4530대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52.0% 급감했다. 시장 점유율은 46.7%에서 26.3%로 뒷걸음질 쳤다.

반면 가솔린(휘발유) 차량은 1만1187대 등록돼 24.9% 뛰었다. 시장 점유율 역시 24.9%에서 65.0%로 급상승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잇따른 배출가스 조작과 미세먼지 문제, 화재 사고는 디젤 차량 구입을 망설이게 했다”며 “승차감이 나은 가솔린 모델과 친환경차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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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