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까지 뛰어난 '아시아 甲富'…모처럼 백인들 위세 짓누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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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존 추 감독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지난 10년간 할리우드에서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중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제작비 3000만달러를 투입한 이 영화는 미국에서 3주 연속 흥행 1위를 달리며 29일 현재 전 세계에서 2억3300만달러를 벌었다. 2002년 ‘나의 그리스식 웨딩’(3억3600만달러) 이래 미국 이민자의 결혼 이야기로 흥행에 대성공한 작품이다. 한국 영화가 다문화 풍속을 담은 이야기를 개발해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범으로 평가된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아시아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은 설정과 이야기가 흥행 비결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늘 ‘찌질하게’ 묘사돼온 아시아인의 세계가 놀랄 만큼 부유하고 화려하게 그려졌다. 부유한 남자 주인공은 평범한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려고 할 정도로 인성도 뛰어나다. 이는 부유층을 선망하는 관객들의 욕망을 대리만족시켜 준다. 슈퍼히어로물 ‘블랙 팬서’가 보잘것없어 보였던 흑인들의 세상을 첨단 기술 문명으로 그려내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낸 것과 비슷하다.
영국 런던의 한 호텔 풍경을 담은 첫 장면은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폭우를 뚫고 도착한 화교 엘레노어 영(양쯔충)은 백인 직원으로부터 문전 박대를 당한다. 전화조차 쓰지 못하게 해 공중전화로 남편과 통화하고 돌아온 순간, 백인 사장이 뛰어내려와 “우리 호텔을 인수한 새로운 오너”라고 엘레노어를 소개한다. 동양인이라고 무시하던 리셉션 직원은 목이 달아날까 겁을 낸다. 아시아인과 백인 간 부(富)의 지위가 뒤바뀌는 모습을 은유했다.
다음 장면에서 중국계 미국인 레이첼은 남자친구 닉의 절친 결혼식이 열리는 싱가포르로 떠난다. 알고 보니 닉은 싱가포르 최고 부호의 아들이고, 어머니가 엘레노어다. 레이첼은 사교계 인사들의 질투를 받게 되고,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닉의 어머니와도 만난다. 엘레노어는 레이첼이 겉모습만 중국인이지, 내면은 가족보다 자신을 중시하는 미국식 개인주의로 채워져 있다고 본다. 레이첼은 과연 엘레노어의 반대를 극복할 수 있을까.
부자들을 크게 두 부류로 그려낸 점은 흥미롭다. 사치품으로 휘감고 재산을 과시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닉처럼 소박하면서도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도 있다. 부자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묘사 방식에서 벗어났다. 호화로운 파티 장면은 눈요깃거리다. 바다에 띄운 호화 유람선, 궁궐 같은 저택, 화려한 결혼 전야제 파티, ‘버진로드’에 물이 흐르는 결혼식 장면에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백인들의 화려한 세상을 능가한다. ‘블랙팬서’의 흑인 문명이 백인의 그것을 뛰어넘었듯 말이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아시아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은 설정과 이야기가 흥행 비결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늘 ‘찌질하게’ 묘사돼온 아시아인의 세계가 놀랄 만큼 부유하고 화려하게 그려졌다. 부유한 남자 주인공은 평범한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려고 할 정도로 인성도 뛰어나다. 이는 부유층을 선망하는 관객들의 욕망을 대리만족시켜 준다. 슈퍼히어로물 ‘블랙 팬서’가 보잘것없어 보였던 흑인들의 세상을 첨단 기술 문명으로 그려내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낸 것과 비슷하다.
영국 런던의 한 호텔 풍경을 담은 첫 장면은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폭우를 뚫고 도착한 화교 엘레노어 영(양쯔충)은 백인 직원으로부터 문전 박대를 당한다. 전화조차 쓰지 못하게 해 공중전화로 남편과 통화하고 돌아온 순간, 백인 사장이 뛰어내려와 “우리 호텔을 인수한 새로운 오너”라고 엘레노어를 소개한다. 동양인이라고 무시하던 리셉션 직원은 목이 달아날까 겁을 낸다. 아시아인과 백인 간 부(富)의 지위가 뒤바뀌는 모습을 은유했다.
다음 장면에서 중국계 미국인 레이첼은 남자친구 닉의 절친 결혼식이 열리는 싱가포르로 떠난다. 알고 보니 닉은 싱가포르 최고 부호의 아들이고, 어머니가 엘레노어다. 레이첼은 사교계 인사들의 질투를 받게 되고,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닉의 어머니와도 만난다. 엘레노어는 레이첼이 겉모습만 중국인이지, 내면은 가족보다 자신을 중시하는 미국식 개인주의로 채워져 있다고 본다. 레이첼은 과연 엘레노어의 반대를 극복할 수 있을까.
부자들을 크게 두 부류로 그려낸 점은 흥미롭다. 사치품으로 휘감고 재산을 과시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닉처럼 소박하면서도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도 있다. 부자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묘사 방식에서 벗어났다. 호화로운 파티 장면은 눈요깃거리다. 바다에 띄운 호화 유람선, 궁궐 같은 저택, 화려한 결혼 전야제 파티, ‘버진로드’에 물이 흐르는 결혼식 장면에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백인들의 화려한 세상을 능가한다. ‘블랙팬서’의 흑인 문명이 백인의 그것을 뛰어넘었듯 말이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